디즈니의 색다른 애니〈쿠스코? 쿠스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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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성격이 디즈니 답지 않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한편이 2000년 1월 13일 국내 개봉한다. 제목은 〈쿠스코? 쿠스코!〉(Emperor's New Groove). '역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가장 쿨한 작품'이라 홍보하는 이 작품은 창작 시나리오로 만들어졌다.

〈라이온 킹〉 〈알라딘〉의 제작진과 그 외 디즈니의 수석 애니메이터들, 그리고 〈벅스라이프〉 〈토이스토리2〉의 각본의 맡았던 데이비드 레이놀즈가 참여했으며, 작곡은 스팅과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하틀리, 음악은 〈라이어 라이어〉의 존 데브니가 담당했다.

어느 옛날 잉카문명의 중남미를 배경으로 백성들을 돌보는데는 관심이 없는 '쿠스코'라는 이름의 18세의 황제. 그는 여러 궁리를 하던 중 언덕 마을에 자신의 여름별장 '쿠스코토피아'를 건설하기로 마음먹고 그 마을의 농부 '파차'를 부른다.

한편 황제의 자리를 노리는 마녀 보좌관 이즈마는 순진한 요리사 크롱크를 시켜 쿠스코를 독살하려 하지만 독약이 뒤바뀌어 황제는 죽지 않고 라마가 된다. 라마가 된 황제는 자루에 담겨져 농부 파차의 집에 보내지게 되고 다시 황제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둘은 다시 궁전으로 향한다.

완전히 다른 환경과 지위, 성격을 지니고 있는 농부와 황제는 티격태격하며 점점 서로에게 의지하고 우정을 쌓아간다.

97년 국내 개봉한 디즈니의 〈헤라클레스〉의 캐릭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의 이 작품은 이때까지 디즈니에서 제시한 주인공과는 다르다. 영웅적이고 남다른 리더십으로 대중들을 이끄는 인물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다소 비열한 인물 '황제'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고전적인 권선징악의 주제가 중요하게 비춰지지 않는다. 그저 유쾌하다.

악당인 마녀 이즈마는 악하긴 하지만 약간 어눌하다. 비록 황제를 죽이려고 하지만 실수로 라마로 변하게 하는데 이것부터가 코믹적이고 무섭지 않다. 결국 디즈니에서 제시하는 이즈마의 최후도 죽음도 뭐도 아닌, 귀여운 고양이로 둔갑시켜 버리는 정도.

1994년 〈태양의 제국: kingdom in the Sun〉이란 제목으로 기획을 시작해서 끊임없이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4년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이 작품을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코믹 어드벤처다.

〈쿠스코? 쿠스코!〉는 웅장한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스펙터클한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한 감동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주요 인물들의 아기자기한 웃음 보따리는 충분히 점수를 줄 만하다.
창작시나리오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없다. 디즈니의 기본적인 이야기 틀에는 벗어났을지 모르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 부분이 아쉽다.

이 작품은 확실히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다르다. 항상 나오는 뮤지컬 형식으로 부르는 노래도 없는데다 디즈니에서는 별로 선호하지 않은 비열한 인물이 주인공이다.

시작부터 타이틀 곡을 부르는 톰 존슨의 캐릭터를 먼저 등장시키고, 나래이션을 하는 쿠스코가 이야기 중간에 끼여들어 '내가 주인공이다'라고 말하는 부분은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형식이다.

〈쿠스코? 쿠스코!〉를 보고 있으면 역시 남미를 배경으로 한 드림웍스의 〈엘도라도〉가 연상되지만, 스케일이나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것은 아직 〈엘도라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인것 같다.
그래도 뮤지컬적인 요소를 없앤 것과 창작 시나리오를 썼다는 것, 그리고 주인공이 전형적인 영웅이 아니라는 것은 높이 살만한 변화다.

개성이 넘치는 쿠스코 황제는 〈가방속 여덟머리〉의 데이비드 스페이드가, 마음 따뜻한 농부 파차의 목소리는 〈바톤 핑크〉 〈다크 엔젤〉의 존 굿맨이 맡았다.
1월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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