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세계 차 업계 거물과 릴레이 만남 … 차 부품사업 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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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70)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44·사진) 삼성전자 사장이 글로벌 자동차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따라 만나 차세대 자동차용 전자부품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사장은 7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세계 3대 자동차업체 중 하나인 폴크스바겐의 마틴 빈터콘 회장 겸 CEO를 만났다. 이 사장은 빈터콘 회장과 자동차용 2차 전지 사업 등에 관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이에 앞서 올 2월 독일을 방문해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BMW 회장을 만나 전기자동차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나눴다. BMW는 2009년 8월 삼성SDI와 독일 보쉬의 합작사인 SB리모티브를 전기차 배터리 단독 공급 업체로 선정했다. 삼성은 현재 BMW에 단독으로 2차 전지를 공급하고 있다.

 이 사장은 또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GM의 댄 애커슨 CEO와 만났고, 올해 1월에는 일본 도요타의 토요다 아키오 사장과 회동했다. 하반기에는 앨런 멀러리 포드자동차 CEO와 만남이 예정돼 있다.

 이 사장이 이처럼 광범위하게 세계 유슈의 자동차업체 CEO를 만나는 데 대해 삼성그룹 측은 “이 사장이 자동차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삼성이 자동차 제조에 다시 나설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자동차에 전자부품이 점점 많이 쓰이는 추세여서 이재용 사장이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자동차용 전기 배터리와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전자부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잇따른 자동차업체 CEO들과의 만남이 삼성의 자동차용 전자부품 해외 마케팅 차원이라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삼성은 유럽과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업계에 대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2010년 삼성은 ‘미래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자동차용 전지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재용 사장은 지난 4일 자동차 회사 피아트그룹의 지주회사인 엑소르그룹의 이사회에 사외이사로 추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엑소르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엑소르 그룹은 자동차업체뿐 아니라 농업 건설장비, 엔진과 파워트레인, 금융, 부동산 서비스, 관광,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 사업을 하고 있다. 피아트그룹 창업자의 외손자인 존 엘칸(36) 엑소르그룹 회장은 2010년 방한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이재용 사장과 식사를 함께하기도 하는 등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용 사장은 지난 3일 유럽으로 출국했다. 이보다 하루 전에 4주간의 일정으로 유럽으로 출국한 이건희 회장과는 별도의 일정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삼성 측은 밝혔다.

박현영 기자

2차전지 충전해서 다시 쓰는 배터리를 말한다. 특히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이 거대하다. 지난해 30억 달러 규모였고, 2020년에는 3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 분야에서는 한국 업체들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LG화학은 GM·르노 등 10여개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삼성SDI와 독일 보쉬 합작사인 SB리모티브는 BMW·크라이슬러·마힌드라·델파이 등에 자동차용 2차 전지를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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