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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이의 웃음, 천사 1만5000명 덕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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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청각장애를 앓는 박소민양이 지난달 18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달팽이관 수술을 받은 뒤 웃고 있다.

청각 장애를 앓는 박소민(3)양에게 인공 와우수술은 희망이었다. 세상의 소리를 좀 더 또렷하게 듣기 위해 꼭 필요한 수술이었기 때문이다.

박양은 지난달 18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이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보름여 만인 어린이날에 만난 박양은 실로폰을 신나게 두드리고 있었다. 어머니 곽혜영(35)씨는 “예전에 보청기로 들을 때보다 수술 뒤 청력이 많이 나아졌다”며 “아직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부르는 소리를 잘 알아듣고 말도 띄엄띄엄 곧잘 한다”고 말했다.

 박양은 태어날 때 선천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 보청기 신세를 진 지 10개월째다. 곽씨는 “또래보다 말이 어눌하고 차 경적 소리 같은 것을 잘 못 듣는다”며 “‘엄마’ 소리를 듣기가 참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박양의 가족은 60m²(약 18평) 규모 아파트에서 박양과 부모, 친할머니 네 명이 함께 산다. 곽씨는 “애 아빠 혼자 직장생활을 해 번 돈으로 생활비에 재활치료비, 수술비까지 마련하느라 고민이 많았다”며 “어린 소민이가 보청기를 달기 싫다고 투정을 부릴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들을 돕겠다고 나선 이가 현대백화점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백화점 고객 ‘1만 5000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이 백화점에서 청각 장애아를 돕기 위해 기획한 행사에 사은품으로 받은 상품권을 기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당시 ‘도가니’ 영화가 관심을 모아 청각 장애아를 돕자는 뜻에서 기획했다”며 “고객들이 백화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상품권을 십시일반 모았다는 점에서 뜻깊은 행사”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측에선 당시 이들이 모은 8500만원에 백화점이 기부한 8500만원을 더한 1억7000만원으로 청각 장애아 수술을 후원하기로 했다.

 박양은 기부 행사의 1호 수혜자다. 수술비 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어머니는 손님들의 뜻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곽씨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받은 선물 덕분에 소민이는 소리뿐 아니라 꿈을 찾게 됐다”며 “많은 사람에게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나누며 살겠다”고 말했다.

 조영운(41) 사랑의달팽이(청각장애인후원단체) 사무국장은 “청력은 말과 관련 있기 때문에 어린이의 지능 발달을 위해 가장 중요한 감각 중 하나”라며 “수술을 통해 빨리 청력을 찾아 줄수록 바르게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선 이후로도 1~6세 장애아 34명의 인공 와우수술을 후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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