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일수록 호황? 부동산 부실채권 투자 수익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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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기자]

# 김모씨는 최근 경매가 진행 중인 경기도 이천시 소재 전용면적 85㎡아파트(감정가 2억4000만원)의 1순위 근저당권을 자산유동화전문회사를 통해 8700만원에 매입했다.

김씨가 매입한 근저당권은 채권최고가액(경매 낙찰시 근저당권을 가지고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는 최고 금액)이 1억400만원으로 원금과 이자, 연체이자를 합친 금액이 이미 1억400만원을 넘어버린 부실채권(NPL)이었다.

김씨는 자산유동화전문회사로부터 근저당 채권을 원금보다 낮은 8700만원에 직접 매입하면서 근질권을 설정해 57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실제 들어간 김 씨의 돈은 3000만원.

이후 해당 아파트는 2차례 유찰 끝에 1억5760만원에 법원 경매에서 낙찰됐고 김씨는 해당 부동산의 근저당권자로 낙찰대금에서 채권최고가액인 1억400만원을 받게 됐다.

8700만원에 싸게 사들인 부실채권이 경매에 부쳐지면서 8개월 후 채권최고가액 1억400만원을 배당받아 17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게다가 김씨는 이 1700만원에 대한 세금도 물지 않아 실투자금 3000만원으로 8개월 만에 1700만원의 차익을 챙긴 셈이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가운데 은행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개인이나 기업의 부실채권(NPL; Non Performing Loan)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불황으로 법원 경매에 나오는 NPL 물건이 늘어나면서 NPL 투자가 불경기 투자전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NPL이란 은행 등 금융권에서 아파트나 단독ㆍ연립 주택, 상가 등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줬다가 제때 돌려받지 못한 부실채권을 말한다.

특히 2009년 금융위기 이전 부동산 호황기에 급증했던 부동산 담보대출이 최근 경기 침체로 부실화되면서 채권자인 은행들이 지난해부터 NPL 처분에 나섰다.

자기자본비율(BIS) 하락을 우려한 은행들이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부실채권을 헐값에 내다 파는 이른바 ‘세일’이 시작되면서 NPL투자가 호황기를 맞은 셈.

은행들은 NPL을 매각할 때 자금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매시장 대신 자산유동화회사 등에 NPL을 수천억 단위로 묶어서 싸게 팔아 넘긴다.

NPL을 사들인 전문업체들은 이를 다시 쪼개서 자산운용사나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에 팔거나 중개업체 등을 통해 개인에게 팔고 있다.

▲ 부실채권(NPL)의 구조

NPL 투자는 보통 은행 등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준 대출이 부실화할 경우에 대비해 담보부동산에 설정해 놓은 권리인 ‘근저당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원금과 이자, 연체 이자를 합한 금액이 대출할 때 근저당권에 설정해 놓은 채권최고가액을 넘어서는 물건이 대부분이다.


투자자들은 부동산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이 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경매를 거쳐 배당을 받거나 직접 낙찰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NPL을 얼마나 싸게 매입하느냐가 투자의 관건이 된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해 담보로 넘어간 감정가 2억원짜리 아파트에 설정된 1순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가액이 1억5000만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NPL 투자자가 이 근저당권을 1억2000만원에 매입했는데 6개월 후 경매를 통해 이 아파트가 1억8000만원에 낙찰됐다면 NPL 투자자는 채권최고액 1억5000만원을 받을 수 있어 실투자금인 1억2000만원보다 3000만원을 더 챙길 수 있다. 6개월 투자수익률이 25%이다.

앞서 살펴본 김씨의 경우처럼 질권 설정을 통해 최대 80% 까지 대출을 받아 NPL 매입해 투자수익률을 더 높일 수도 있다.

게다가 시세차익에 대한 세금 부담도 없다. 채권 매입금액과 배당금과의 차익은 비과세 대상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즉 NPL에 투자해 배당금을 받았더라도 그 처분 이익은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것. 따라서 이자소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권리관계 복잡해 경매ㆍ물건 분석 기본 지식 필요

NPL이 경매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는 하지만 개인투자자가 물건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도 힘들고 직접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자산유동화채권 전문업체인 와이즈에이엠씨 정찬국 본부장은 “은행들이 NPL을 매각할 때 개인에게 직접 팔지 않는다“면서 ”대부분 투자자들이 중개업체나 투자자문사 등 NPL 전문업체를 통해 개별적으로 물건을 사들이고 있어 전문업체 선택 시 신뢰도를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고 전했다.

NPL 투자는 해당 부동산 자체가 아닌 배당금을 노린다는 점에서 일반 경매와 성격이 조금 다르다.

하지만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반드시 경매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경매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때문에 NPL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은 경매 투자 경험이 많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경매를 통해 쏠쏠한 수익을 맛봤던 투자자들이 경매시장이 정체되면서 NPL 투자로 옮겨가고 있는 것.

금액이 큰 근린상가 등에 여러 명의 투자자가 모여서 하나의 근저당권을 공동명의로 매입해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주의할 점도 많다. 부실채권이다 보니 권리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확한 권리분석과 부동산 가치평가는 필수. 전문적인 지식을 동반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명지부동산아카데미 NPL전문가과정 김성숙 교수는 “NPL 투자는 부동산을 직접 처분하지 않고도 투자이익을 얻을 수 있어 경매시장에서 매력적인 틈새 투자처로 떠올랐다”면서 “우량물건을 골라낼 수 있다면 높은 수익도 가능하지만 일반적인 경매의 권리분석이 적용돼 초보자보다는 부동산 물건 분석, 경매 등의 기본 지식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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