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원 다루빗슈 어깨에 힘 빼니 … 미국도 깜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다루빗슈가 미국프로야구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그가 직구 비중을 줄이고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기 시작하면서다. 구종이 늘자 타자들이 다루빗슈 공략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루빗슈가 지난 1일 토론토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는 모습. [토론토 로이터=뉴시스]

“32승 0패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의 론 워싱턴 감독은 지난 1일(한국시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경기가 끝난 뒤 웃었다. 이날 7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된 일본인 투수 다루빗슈 유(26)의 투구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다루빗슈는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인 올 시즌 5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 무패 평균자책점 2.18을 기록 중이다. 다승 공동선두와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5위에 오른 다루빗슈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4월의 최우수 신인으로 뽑혔다.

 ◆미국 도전에 나서다=다루빗슈는 지난해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7년간 93승38패, 평균자책점 1.99로 활약했다. 축구선수 출신인 이란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큰 키(1m96㎝)에서 내리꽂는 시속 150㎞대의 강속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수준급으로 던진다.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일본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 뒤 미국 진출을 선언한 그는 포스팅시스템(공개입찰 제도·단독 협상권)에서 최대금액(5170만 달러·약 585억원)을 써낸 텍사스와 교섭을 벌여 6년간 6000만 달러(약 679억원)에 사인했다. 단독 협상권과 연봉을 합쳐 역대 최고인 1억1170만 달러(약 1300억원)를 기록하며 당당히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2006년 마쓰자카 다이스케(32)가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할 때 이끌어낸 1억311만 달러(약 1173억원)다.

 하지만 다루빗슈를 바라보는 시선은 냉랭했다. 텍사스가 너무 많은 돈을 줬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303승을 올린 랜디 존슨은 시즌 개막 전 “다루빗슈에게는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결정구가 없다”고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변화, 성공을 만들다=처음에는 그 말이 맞는 듯했다. 다루빗슈는 지난달 10일 시애틀을 상대로 한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5와 3분의 2이닝 8피안타·5실점했다. 팀 타선의 도움으로 승리투수가 됐지만 투구내용은 실망스러웠다. 두 번째 등판이던 지난달 15일 미네소타전에서도 5와 3분의 2이닝 동안 1실점했으나 안타를 9개나 맞았다. 이후 다루빗슈는 달라졌다. 지난달 20일 디트로이트전부터 호투를 이어가며 3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됐다. 특히 지난달 25일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8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고, 삼진은 10개나 빼앗았다. 미국 언론은 “뉴욕 양키스가 다루빗슈를 놓친 걸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고 다루빗슈에 대한 시선을 바꿨다.

 다루빗슈는 ‘변화’를 통해 성공을 이뤄냈다. 다루빗슈는 일본에서 뛸 때 직구(포심패스트볼)를 많이 던졌다. 투구 중 직구 비율이 60%에 이르렀다. 변화구보다 직구에 무게중심을 뒀다. 일본에서는 통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달랐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루빗슈는 고민 끝에 투구 레퍼토리를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처럼 바깥쪽으로 살짝 꺾여나가는 공의 비율을 높이는 것으로 변화를 줬다. 또 일본에서 잘 던지지 않던 스플리터 계열의 떨어지는 공도 간간이 섞으며 효과를 보고 있다. 김정준 SBS ESPN 해설위원은 “한화 박찬호의 피칭이 연상된다. 과거 주무기인 직구와 커브 구사를 줄이고 커터 등 공끝의 변화로 승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