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 강경책이 선수협 사태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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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23일은 메이저리그에 최초의 자유계약선수(FA)가 탄생한 지 25주년이 되던 날이었다.

75년 12월23일 피터 세이츠 조정관은 소속 팀과 이견으로 재계약을 맺지 못해 74년 연봉을 받으며 한 시즌을 뛴 앤디 메서스미스(LA 다저스)와 데이브 맥널리(몬트리올 엑스포스)에게 역사적인 FA 자격을 부여했다.

이 사건으로 1878년이후 1백년 가까이 구단의 일방적 권리였던 '선수 보류권'에 제동이 걸렸고 선수들의 연봉은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폭등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75년 4만4천676달러였던 메이저리그 평균 연봉은 FA가 도입된 지 25년만인 올시즌 189만5천630만달러로 무려 42배나 뛰어올랐다.

FA제도가 생길 당시 태어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젖먹이'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올시즌 뒤 FA 자격을 획득, 사상 최고액인 2억5천200만달러에 텍사스 레인저스와 10년 계약을 맺어 메이저리그 연봉 역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런데 메서스미스와 맥널리의 분쟁은 당시 구단의 강경한 태도가 오히려 엄청나게 불리한 결과를 자초한 것으로, 최근 한국프로야구의 '선수협 파동'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수에 대한 권리를 조금도 뺏기지 않으려던 다저스와 엑스포스는 끝내 소송을 벌였지만 패소해 구단주 입장에선 재앙으로 불리는 FA 제도를 초래하게 됐다.

만약 구단주들이 해당 선수와 타협점을 찾아 연봉을 대폭 올려주거나 원하는 구단으로 트레이드시켰다면 FA의 탄생은 늦추어졌을 것이다.

보위 쿤 당시 커미셔너는 "구단주들이 바보짓을 하는 바람에 선수들이 별 노력없이도 권익 신장을 이루게 됐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국내프로야구의 '선수협 파동'도 사태의 추이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18일 총회 당일 선수협 참석 인원은 28명에 불과했지만 구단측은 일거에 싹을 뽑겠다며 '주동자 방출'이란 초강수를 두는 바람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이제는 구단도 윽박지르기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적당히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적당히 타협할 것은 타협해야만 양측 모두 피해를 최소화하며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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