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여름철 전력대란이 걱정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전력예비율이 벌써 7%대로 떨어졌다. 연일 전력수요가 6000만㎾까지 치솟으면서 예비전력이 400만㎾대로 뚝 떨어졌다. 예비율이 최소 10%는 돼야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기에 참으로 우려된다. 예비율이 떨어진 건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초여름 날씨로 냉방기 사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예비전력이 400~500만㎾로 떨어졌다면 올 여름 전력수급은 대단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15일에 일어났던 대규모 정전사태를 넘어, 블랙아웃(완전 정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전문가가 있을 정도다.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올 여름이 평년보다 더 더울 것이라는 기상예측이 한몫한다. 또 지금은 발전시설 점검 기간 중이란 이유도 있다. 예비율이 급격히 떨어지면 점검이 제대로 안 되고, 따라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원전과 화력발전소 사고도 따지고 보면 이 때문이다. 간당간당한 전력공급을 무리하게 늘리려다 보니 안전점검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싼 전력요금이 최근 기름값 상승으로 더욱 싸졌다. 전기를 사용하는 기기 공급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전력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 겨울철이 그러했다. 강제로 10% 의무 절전을 시행했지만 전력 소비는 오히려 더 늘었다. 겨울철 최대 전력수요는 전년 대비 33%나 증가했고, 연간 전력소비 증가율(4.8%)도 경제성장률(3.6%)을 넘었다.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고 여름철 전력수급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당장 절전대책과 전기요금 인상이 시급하다. 이웃 일본에서 배워야 할 점이다. 일본은 오늘부터 원전 54기를 올 스톱한다. 원전의 발전량 비중은 우리와 엇비슷한 31% 정도다. 이만한 전력공급이 중단되는데도 일본은 잘 버티고 있다. 강제 절전 의무 규정이 없는 일본 국민들조차 적극적으로 절전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사병으로 사망하는 노인이 속출하자 일본 정부가 에어컨 사용을 장려하는 TV방송을 내보낼 정도다. 이는 국가적 위기의식의 공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도 전력 수급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자발적이면서 적극적인 절전이 가능해진다.

 일본은 또 전기요금이 대단히 비싼 나라다. 산업용과 주택용 전력요금이 우리의 2.8배, 2.7배 수준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것도 모자라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고 있다. 기업용 요금은 이미 17% 올렸고, 주택용 요금은 10% 인상 예정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에 소극적이다. 물가 안정은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은 전력수급의 안정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 한전의 13.1%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근본적으로는 발전시설을 늘리고 에너지 다(多)소비 산업구조도 재편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은 위기의식을 국민들과 공유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과 절전대책이 절실하다. 그래야 올 여름을 무사히 넘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