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세계경제 전망과 주요 이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내년 세계 경제는 미국의 경기 하강이 가시화되면서 4% 수준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21일 외교통상부가 발표한 `2001년 세계경제 전망과 주요 이슈'에 따르면 내년 이후 세계 경제가 지속적인 하강국면으로 향할지 여부는 미국 경제의 향배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럽경제가 내년에도 3%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일본의 경기침체 탈피 국면이 지속되는 동시에 중국경제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내년 세계경제의 하락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다음은 보고서 요약.

◇미국= 올해 5.2% 등 사상 최장의 팽창세를 지속중인 미국경제는 올 3.4분기 성장률이 2.4%로 급락하면서 내년에는 3.0~3.5%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 10년간 고성장을 마치고 연착륙과 경착륙의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대체로 연 2∼3%대의 연착륙을 예견하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최근 4~5년간 경제성장의 배경이 주가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부양의 결과였고 경상적자문제가 부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하락과 달러화 약세에 따른 인플레 및 금리 인상 압력이 강화되면 경착륙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고공 비행해 온 경기를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경기 활성화 처방이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착륙 내지는 경기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EU 15개국)= 올해는 경기 호황과 유로화 약세에 따라 89년 이후 최고인 3.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겠지만, 내년에는 유가 인상의 여파로 성장이 다소 둔화된 가운데 3% 이상의 성장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럽경제 역시 미국의 향방에 의해 상당폭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는 주로 양 지역간 자본이동의 양상 변화에 따라 환율이 조정되고 유럽 은행들의 대미국 대출위험이 증가하는 메커니즘 속에서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재정지출 확대, 제로 금리정책, 경제구조조정 노력에 힘입어 수출 및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올해는 1.5~2.0%의 성장이 전망되고 내년부터도 매년 2% 수준의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보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그러나 소비심리 위축과 정부 재정지출 확대의 한계, 세계경기 후퇴에 따라 수출감소가 예견되고 있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서기까지는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 중국경제는 수출 및 내수증가에 따라 99년 7.1%에 이어 올해도 8% 안팎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며 내년에도 고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동남아는 올해 실물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냈으나 하반기 들어 일부 국가들의 정치불안으로 환율 및 주가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정치안정화와 경제구조조정 추진 여부가 경제의 향배를 좌우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시아 경제는 최근 유가가 안정국면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의 타격은 없겠지만 미국과의 교역 비중이 크기 때문에 미국경제의 추이에 따라 성장 전망이 상당폭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및 중동= 올해 러시아 경제는 고유가 및 저평가된 환율을 배경으로 무역수지가 6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는데 힘입어 7%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겠지만 내년에는 유가 하락 및 환율 절상에 따라 성장률도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지역의 올 경제는 고유가에 힘입어 대폭 상승하겠지만 이-팔 분쟁의 여파로 향후 소비 및 투자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중남미= 중남미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브라질 경제는 99년초 환율절하와 세계경제 호조에 힘입어 올해는 침체국면을 벗어나 4%에 가까운 성장률을 달성하고 내년에는 성장세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칠레 등 주변 소국으로 영향이 파급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중남미 경제에 대한 낙관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금융시장 동향과 전망= 강세를 지속하던 달러화는 3.4분기 이후 미국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 둔화 및 주가하락으로 유럽자본의 미국 유입량이 줄어들면서 유로화 대비 가치가 약화되고 있고 이런 추세는 내년에도 유지될 전망이다.

일본경제의 회복 기조가 지속될 경우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강세를 보이지만 경제성장세가 기대에 못미칠 경우에는 엔화가 오히려 약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기업 주가가 또다시 폭락하거나 인플레 상승을 우려해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에는 미국내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 실물경제의 둔화로 이어지고 세계금융 및 실물부문으로 파급 효과가 클 수 있다.

신흥개도국의 경우 미국경제 둔화에 따라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미국으로부터 후퇴하는 자본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아시아는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고 단기채무 비율을 크게 축소, 위기 재발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이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정치 불안에 따라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는 국가의 경우 위기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아르헨티나가 외환위기의 징후를 보이고 있지만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