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광우병 소통 포기한 서규용 장관 - 우희종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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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경제부문 기자

쌀 시장 개방 협상이 한창이던 2004년 11월의 어느 늦은 밤. 서울 남영동의 한 모텔에서 김충실(농업경제학) 경북대 교수를 만났다. 잠깐 눈을 붙이고 공항으로 가야 하는 그를 붙들었다. 그는 개방 반대를 주장하는 국민연대의 집행위원장으로 7개월째 협상단과 동행 중이었다. 농업계가 정부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가까이서 보니 정부가 개방을 미룬다는 목표 아래 협상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소통은 오해를 녹이고 있었다.

 그로부터 8년. 광우병 젖소가 나온 미국에 정부가 민관 합동 조사단을 보냈다. 우리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광우병 버전의 김충실’은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반대파 교수는 아예 부르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1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단체에 소속된 인사는 제외했다”고 말했다. 거꾸로였어야 한다. 입장에 관계없이 의혹을 가진 누구에게라도 문을 열었어야 한다. 한국에서 광우병 문제는 과학의 차원을 넘어선 불안과 불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대표적 반대파인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정부가 제안했다 해도 같이 갈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가봐야 견학 수준일 거라는 주장이다. 본지가 중앙가축방역협의회 광우병 위원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전문가 6명 중 5명은 ‘안전’ 쪽에 손을 들었다. 우 교수는 유일한 ‘위험’파였다. 그럴수록 그는 적극적으로 정부 조사에 참여했어야 했다. 비단 그만이 아니다. 안전성을 강조해 온 이영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30일 “일반 광우병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급격히 줄고는 있지만 일반 광우병은 지난해 27건 발생했다. 전문가의 독선과 오류는 국민 불안을 부채질한다. 서로 소통하고, 정부 정책의 갈피를 잡아주는 게 전문가가 할 일이다. 그래야 국민이 막연한 공포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8년 전 허름한 숙소에서 김 교수는 다짐하듯 말했다. “학자라면 검증된 결과를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조했다. “정책의 성패는 정부가 얼마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 신뢰를 얻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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