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올림픽 영구종목된 태권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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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기(國技)인 태권도가 인류의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에서 영구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다.

시드니 올림픽의 정식 종목은 모두 28개였다. 이 가운데 아시아를 기원으로 하고 있는 종목은 유도와 태권도, 단 2개 종목뿐이다.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은 1984년 LA 올림픽을 시작으로 세계 10위권 성적을 유지함으로써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굳혔지만 태권도의 영구 종목화로 그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게 된 것이다.

태권도가 단 한차례의 경기를 통해 영구 종목이 된 것도 의미가 크다.

1900년 파리 올림픽 때 크리켓, 1904년 세인트루이스대회 때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가 다음 대회 때 제외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태권도는 시드니 올림픽 때 조건부 정식 종목이었다. 평가에 따라 다음 대회에도 정식 종목이 될 지, 제외될지를 결정해야 하는 운명이었다.

비록 일부에서 재미없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으나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을 비롯한 국제 스포츠계 거물들이 한결같이 "원더풀" 을 외칠 정도로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태권도의 영구 종목 채택은 아마도 마지막 영구 종목일지 모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IOC는 올림픽이 너무 비대해졌다는 여론을 의식, 앞으로 정식 종목 수를 늘리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아테네 올림픽 정식 종목을 시드니 때와 똑같이 정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태권도의 영구 종목화는 남북 체육교류에 기여할 수도 있다.

현재 세계 태권도계는 한국이 주도하는 WTF(world taekwondo federation)와 북한의 영향을 받는 ITF(international taekwondo federation)로 양분돼 있다.

현재 두 조직은 전혀 협조가 없지만 앞으로 ITF측도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협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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