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4인방 '태극마크여 안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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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아, 우리를 넘어서렴...'

90년대 한국남자체조를 이끌었던 `4인방'이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모두 반납한다.

시드니올림픽 뜀틀에서 예선탈락한 뒤 대표은퇴를 선언한 여홍철(29.대산기업)에 이어 이주형(27)이 최근 대표팀 은퇴를 밝혔고 이장형(26.이상 대구은행)과 정진수(28.전북도청)까지 향후 있을 대표선발전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잇따라 밝혔다.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한국 남자체조에서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쉼없이 국제무대를 누볐던 이들 네 사람의 연령 평균은 27.5세.

체조선수로는 환갑을 훨씬 넘긴 이들이 마지막으로 함께 나선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은 전체 출전국중 평균연령 최고령국 1,2위를 다퉜다.

후진 양성에 소홀했던 체조계의 안일함과 갈수록 얇아지는 선수층 탓에 이들은 `뼈가 닳는' 힘든 운동을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는 처지여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세계선수권에 개근하다시피했던 것.

아직 자신들을 능가할 재목이 없는 상황인 탓에 이들은 선수생활에 대한 미련도 적지 않지만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결심을 굳히게 됐다.

89년 처음 대표로 발탁된 여홍철과 이주형은 한국체조의 두 기둥으로 활약하며 96년 애틀랜타올림픽과 시드니올림픽에서 각각 은메달을 따냈지만 정상의 문턱에서 좌절, 가슴 한 구석 아쉬움을 떨칠 수 없기에 자신들을 뛰어넘을 후배의 출현은 간절하다.

96년 올림픽 뜀틀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전에 뒀다가 2차시기에서 착지에 실패,2위에 그친 여홍철이 하염없이 뿌렸던 눈물과 시드니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친 이주형이 중국선수에 밀리고서 보인 멍한 눈빛은 이들의 외골 체조인생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한 이들 4인방은 이제 소속팀에서 선수인생을 정리하면서 대학교수, 체육교사, 국제심판 등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서게 된다.

"아쉬움이 남지만 후배들이 우리가 못해낸 금메달 꿈을 이뤄낼 것으로 믿는다"고 입을 모으는 이들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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