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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 후진타오 전화도청 … 도와준 대학 총장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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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 서기의 실각이 불러온 후폭풍이 거세다.

홍콩 금융계에서 활약해온 보 전 서기의 친형 보시융(薄熙永·64) 광다궈지(光大國際) 부회장이 물러났다. 이 회사가 25일 홍콩 증시에 공시한 내용이다. 급기야 팡빈싱(方濱興·52·사진) 베이징 우전(郵電)대학 총장이 보 전 서기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전화 도청 작업을 도운 혐의로 구속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팡 총장은 중국 인터넷 통제 기술인 ‘만리장성 방화벽(GFW)’을 설계한 인물이다. 집권세력이 반대파를 숙청하는 와중에 체제 안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온 최고 인터넷 전문가까지 잡아들인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6일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 전 서기 측의 도청 작업을 도운 혐의로 팡빈싱 총장이 당 중앙기율검사위에 구속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보 전 서기는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과 공모해 지난해 8월까지 외국산 최신 도청기구로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해 당·정 최고 간부들이 거주하는 베이징의 중난하이(中南海) 전화를 도청한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중국 인터넷 검열 시스템의 1인자인 팡 총장이 보 전 서기의 도청 시스템 구축 과정에 협력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올가을 열릴 예정인 중국 공산당 18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노려온 보 전 서기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얻기 위해 (후진타오 주석을) 도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팡 총장은 공안통치를 계속해온 중국 정부에서 체제 안전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전문가로 유명하다. 1998년 만리장성 방화벽을 만들었다. 이 방화벽 시스템을 통해 중국 정부는 체제와 정권 안보에 해가 되는 활동을 차단하는 인터넷 검열이 가능해졌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일종인 페이스북, 마이크로블로깅 사이트인 트위터를 중국이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된 것도 팡 총장의 기술력 덕분으로 알려져 있다. 팡 총장은 당국으로부터 ‘만리장성 방화벽의 아버지’라는 극찬을 받아왔다. 반면 민주파 인사들로부터는 ‘공산당의 주구’ 또는 ‘네티즌의 적’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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