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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유하는 전 소속 LG 팬들에 인사하는 넥센 이택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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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택근

프로야구 LG와 넥센이 맞붙은 지난 24일 잠실구장에선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넥센 외야수 이택근(32)이 1회 초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 헬멧을 벗고 LG 팬들이 자리한 1루 관중석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곳에선 “우~” 하는 야유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런 장면은 이택근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반복됐다.

 이택근은 지난 시즌까지 2년 동안 LG에서 뛰었고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친정이었던 넥센으로 이적했다. 이날은 이택근이 팀을 옮긴 뒤 처음 잠실에서 LG와 경기하는 날이었다. 이택근뿐 아니라 14년간 LG 안방을 지키다 SK로 이적한 포수 조인성(37) 역시 지난 20일 LG와의 잠실 첫 경기에서 야유를 받았다.

 응원과 야유는 서로 다른 얼굴을 한 팬 문화다. 스타라 해도 받아들여야 하는 게 팬들의 야유다. 하지만 이택근처럼 야유하는 팬들에게 목례를 한 건 보기 드문 일이다. 그동안은 그냥 듣고 지나치는 선수가 대부분이었다. 이택근은 “팬들이 서운한 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인사했다. LG에 있을 때 (야구를) 못한 건 사실이다. 중요한 시기에도 빠져 있었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고개 숙인 이유를 설명했다.

 팬들은 아직도 사랑이 남아 있어 야유하는 것이라고 한다. 조인성과 이택근에게 야유했다는 LG 팬 이지선(25·여)씨는 “팀을 떠나간 선수에게 야유하는 것은 애증의 마음이다. 섭섭함이 크나 애정이 있어 야유도 하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택근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 야유도 사라질 것이다. 그때까지는 관심이라 생각하고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시진 넥센 감독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야유도 애정과 관심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 아니겠나. 겉으로는 야유해도 잘하지 못하면 속으로는 마음 아파할 것이다. 선수는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팬들을 이해해야 한다. 그걸 못 뛰어넘으면 프로라고 할 수 없다.”

 이적 선수에 대한 야유는 한국보다 미국이 더 심하다. 야유를 넘어 조롱을 받기도 한다. 넥센의 브랜든 나이트(37)는 “한국 팬들이 미국 팬보다 선수에 대한 존경심이 더 큰 것 같다”고 분석을 내놓았다. 그래도 나이트는 이택근의 인사를 이해하기 힘들다며 “프로는 비즈니스다. 현재 소속팀을 위해 뛴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택근은 “앞으로도 LG 팬들에게 인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우철·김유정 기자

팀 옮긴 스타에게 쏟아진 말말말

● 르브론 제임스(28·농구) : “제임스가 NBA 챔피언 반지를 끼지 못해 너무 행복하다”(지난해 6월 제임스의 전 소속팀 클리블랜드의 연고지 오하이오 주지사가 제임스의 현 소속팀 마이애미의 우승 실패 후에 한 말)

● 루이스 피구(40·축구) : “전 세계 어떤 운동선수도 무려 10만 명의 관중이 자신 한 명만을 상대로 야유를 쏟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바르셀로나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뒤 바르셀로나의 홈경기에서 팬들이 자신을 향해 돼지 머리를 던진 사건과 관련해)

● 알렉스 로드리게스(37·야구) : “레인저스가 뉴욕 양키스와 처음 대결할 때 투수가 누가 되든 간에 A 로드의 갈비뼈를 맞혀 쓰러뜨려야 한다”(2004년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로드리게스가 텍사스 팬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자 댈러스 지역 일간지에서 1면 기사로 쓴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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