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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융합기술로 온실가스 줄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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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노영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부회장

온실가스 감축은 인류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현안의 하나다. 2012년 세계은행 발표에 의하면 1999년부터 10년 동안 전 세계 온실가스는 241억t에서 320억t으로 32.9%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50년까지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감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 정부에서는 개별 감축목표를 정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한 녹색화(Green by ICT)’ 정책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와 SK텔레콤 등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ICT 융합기술을 통한 사회적 온실가스 감축량이 정보통신업계 전체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의 5.8배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이달 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ITU-T SG5(환경 및 기후변화) 국제 표준회의에서 공식 보고서로 채택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대통령 직속의 녹색성장위원회를 설치해 그린 ICT 전략을 통한 녹색성장 정책을 펼치고 있다.

 수십 년간 지속된 산업의 고도화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최첨단 산업인 ICT 기술이 사회적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어떻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일까. 그 해답은 ICT 기술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쉬운 예로 전자상거래와 e-메일 활용을 통해 종이 사용을 줄이고, 실시간 내비게이션을 사용해 자동차 배기량이 감소되는 식이다. 하지만 자동차 운행이나 종이 사용량을 줄이는 등의 대책은 우리가 몸소 실천해야 하는 정책이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상생활의 패턴을 변화시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기여하는 ‘Green by ICT’ 정책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일본 통신업체 NTT그룹은 해외출장 및 여행비용 절감을 위한 화상회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가정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모니터링해 자연스럽게 감축을 유도하는 에너지 소모량 상정도구(Eco Accounting)도 개발했다. 프랑스 통신업체 알카텔루슨트는 직원들에게 주기적으로 재택근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탈리아텔레콤은 단말기를 통해 각종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종이 사용 감축에 나섰다. 국내 역시 SK텔레콤이 내비게이션 서비스 확산, 스마트 그리드 및 스마트 시티 사업 등 다양한 사회적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연구·추진하고 있다. 이런 녹색화 정책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들이 쉽고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사회적 온실가스 감축 기술에 대한 글로벌 표준이 없다. 국내에서도 표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국립전파연구원·SK텔레콤 등은 통신서비스를 통한 사회적 온실가스 감축량 산정을 위한 국제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은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때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런 정책이 더욱 가속화되고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영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