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초·송파 구민들, 서울시민 생활체육대회 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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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전 10시30분 양천구 목동에 있는 목동주경기장.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지역 25개 자치구에서 참가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한 자리에 모였다. 축포 소리와 함께 ‘2012 서울시민 생활체육대회’가 막을 올렸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이었지만 각 자치구 관람석에서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강남구 응원단은 무대 왼쪽 관람석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단체복 위에 푸른색 우의를 입었다. 치어리더의 율동에 맞춰 단원들은 열심히 응원했다. 응원단으로 참가한 유원식(51)·김선영(49)씨 부부는 배드민턴이 취미다. 그들은 “생활체육인으로서 추억을 만들려고 이곳을 찾았다. 비가 오지만 응원이 즐겁다”고 말했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강남구민들이 우의를 입은 채 선수들을 향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서초구 응원단은 무대 정면 관람석 위쪽에 앉았다. 형광노란색 단체복을 입고 흰색 우의를 걸쳤다. 태극기가 그려진 우산을 쓴 단원들이 곳곳에 있었다. 붉은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선수단에게 힘을 북돋아 줬다. 생활체조모임 ‘나라사랑댄스’ 회원 박금숙(59)씨는 “오전 6시 집에서 나와 약간 피곤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응원하니 피로가 싹 풀린다”며 웃었다.

송파구 응원단은 서초구 응원단과 대각선 방향에 있는 곳에 자리잡았다. 서초구 응원단과 같은 색깔의 단체복 위에 흰색 우의를 입었다. 박지수(14·오금중2)양은 “송파구가 이겼으면 좋겠다. 경기가 끝날 때 까지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열린 경기는 줄다리기, 여자줄넘기, 10인11각 달리기, 초등학생이 참여하는 무지개 줄다리기 모두 4개다. 강남구 여자줄넘기팀에서 줄잡이로 나선 김형옥(40)씨는 “지난해에는 꼴찌를 했다. 내가 돌리지 않아서 그랬다. 이번에는 우승이 목표다. 연습을 많이 못했지만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개롱초 6학년생으로 구성된 송파구 무지개 줄다리기팀이 경기를 하고 있다.

송파구 여자줄넘기팀은 라켓볼 동호회원들로 구성됐다. 고연화(45)씨는 “많이 넘을 땐 100회까지 간 적도 있다. 1등 안 하면 송파구에 가지 않겠다”며 웃었다. 송파구 줄다리기팀도 의지를 다졌다. 줄다리기팀원 40명 중 10명이 여자다. 선수로 참가한 신성현(43)씨는 “우리 팀은 우의도 벗었다. 오늘 1등을 하겠다”며 팀원들과 환호성을 질렀다.

송파구 10인11각 달리기팀은 용산구와의 경기에서 져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최수영(47)씨는 “가락2동 조기축구회원들과 부인들이 참가했다. 15년 동안 조기축구를 한 것만 믿고 연습을 적게 한 게 패배 요인이다. 내년엔 맹연습을 하고 출전하겠다”고 말했다.

개롱초 6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무지개줄다리기팀도 관악구와의 경기에서 지고 말았다. 이덕규(12)군은 “실력이 부족하긴 했지만 비가 와 줄이 미끄러웠다”며 아쉬워했다.

경기 시작 직전, 호흡을 고르고 있는 송파구 줄다리기팀.

강남구·서초구 출전 팀들은 비 때문에 경기를 포기하거나 예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송파구는 줄다리기 종목에서 두 번의 기권승을 거둬 8강에 들었지만 중구와의 경기에서 무릎을 꿇었다. 송파구 여자줄넘기팀은 첫 번째 시도에서 50회, 두 번째 시도에서 79회를 기록해 1위 중구, 2위 동작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서울시생활체육회 류준현(45) 사업지원팀장은 “생활체육인들의 화합을 도모하려고 연 대회이기 때문에 비가 내려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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