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신고받으면 … 학년 전원 집합 … “기회 주겠다” 훈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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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학생들이 마음 놓고 등교하도록 하는 게 우리 임무죠.”

 LA 일대 1250개 학교의 안전을 책임진 스티븐 지퍼먼(사진) LASPD 국장이 밝힌 학교경찰의 ‘존재 이유’다. 지퍼먼은 지역경찰(LAPD)에서 30년을 근속한 베테랑 경관이다. 그는 “학생·학교·부모·정부가 학교경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해야 제대로 된 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학교경찰은 왜 필요한가.

 “법은 모든 학생이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범죄에 취약한 지역 특성 때문에 학교경찰은 학교의 마지막 방패다. 작은 교육구는 사설 업체에 맡기지만 LA는 전문 경찰이 필요하다. LASPD는 LAPD와 똑같은 교육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 경찰관에 비해 학교 수가 많다.

 “초등학교는 범죄가 많지 않아 여러 곳을 묶어 순찰한다. 사고 위험이 높은 고교(75곳)와 중학교(84곳)엔 190명을 상주시킨다.”

 - 학교에 상주하는 이유는.

 “총기·폭행 등 큰 사건은 분초를 다툰다. 상주해야 즉시 대응할 수 있다. 사건 순간 현장에 경찰이 없다면 재앙이다. 중국·호주·캐나다 경찰도 벤치마킹해 갔다.”

 - 최근 학교 사고의 추세는.

 “SNS를 통한 사이버 불링이 급증한다. 과거엔 학교폭력이 운동장에서 생겼다면 이젠 (휴대전화를 든) 손 안에서 시작한다. 페이스북의 ‘왕따’가 실제 폭행으로 이어진다.”

 - 최근 몇몇 한국 학생들이 학교폭력으로 자살했다.

 “왕따는 모두의 책임이다. (피해 학생 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불행으로 이어진다.”

 - LASPD는 어떻게 대처하나.

 “왕따 근절은 ‘최우선(number one)’ 과제다. 경찰관들이 일일 교사로 나서 교육한다. 학교에 왕따 피해가 있다면 해당 학년 전원을 모은다. 담당 경관이 ‘왕따 신고가 접수됐다. 누군지 알지만 기회를 주겠다’고 훈육한다. 무엇보다 ‘방관자가 되지 말라’ ‘신고는 고자질이 아니다’라고 가르친다. 이런 교육이 학교폭력을 근절하진 못해도 상습폭행을 예방하는 데엔 큰 효과가 있다.”

정구현 LA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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