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끝판왕 1013일 만에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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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말 박찬호가 KIA 최희섭을 상대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광주=김민규 기자]

삼성의 수호신 오승환(30)이 무너졌다. 경기를 끝낸다는 의미의 ‘끝판왕’으로 불리던 삼성의 최강방패는 롯데의 날카로운 창끝을 막아내지 못했다.

 오승환은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앞선 9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삼성 팬들은 지난해 54경기 1승47세이브로 단 한번의 패전도 없던 오승환이 승리를 지켜줄 것을 의심치 않았다.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솔로홈런을 맞아 2-1로 쫓길 때까지만 해도 한 번의 실투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흔들린 오승환은 홍성흔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박종윤을 희생번트로, 강민호를 삼진으로 잡아낸 뒤 2사 2루에서 손아섭을 고의4구로 내보냈다.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은 황재균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황재균은 동점 좌전안타를 때려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오승환이 지난해 5월 20일 대구 두산전 이후 340일 만에 블 론세이브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오승환의 침몰은 그게 시작이었다. 오승환은 신본기를 볼넷으로 내보내 2사 만루를 맞았다. 이어 김주찬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내주며 무너졌다. 오승환은 벌겋게 상기된 채 강판됐고, 다음 투수 안지만이 조성환에게 2타점 우전안타를 허용해 오승환의 실점은 ‘6’으로 늘어났다. 결국 오승환은 3분의 2이닝 4피안타·2볼넷·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패전은 2009년 7월 16일 대구 두산전 이후 1013일 만이다. 연속경기 세이브 기록도 28경기에서 멈췄다.

 윤석민(26·KIA)과 박찬호(39·한화)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광주 경기는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둘 모두 올 시즌 최악의 투구로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박찬호는 5-2던 5회 말 최희섭과 나지완에게 중전안타와 볼넷을 내준 뒤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다음 투수 송신영이 5-5 동점을 허용하며 박찬호는 4이닝 5피안타·4실점(1자책)에 그쳤다. 윤석민은 5이닝 7피안타(1홈런)·5실점으로 체면을 구겼다. 타선의 도움으로 패전은 면했다. 한화가 16-8로 승리했다. 인천에서는 두산이 SK를 2-1로 눌렀다. 넥센은 잠실에서 연장 접전 끝에 LG에 7-3으로 이겼다.

허진우 기자, 대구=유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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