웸블리 구장서 휘슬 불 기회 하늘에 맡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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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경기 주심으로 두 번째 올림픽 본선 무대에 나서는 홍은아 심판. [정시종 기자]

홍은아(32) 심판은 “축구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에 서기 위해선 ‘하늘의 뜻’이 필요하다”고 했다. 웸블리는 영국 런던에 있는 9만 석 규모의 구장으로 축구 종주국 영국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홍 심판은 지난 20일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위원회가 발표한 2012 런던 올림픽 여자 축구 본선 경기 주심 12명에 포함됐다. 런던 올림픽에 참가하는 전체 주심 28명(남자 축구 16명) 중 한국인은 홍 심판이 유일하다.

 홍 심판은 “웸블리는 한국에서 생각하는 그 이상의 의미다. 심판이든 선수든 축구에 관계된 사람이라면 웸블리에 서는 것 자체가 명예”라며 “나 역시 가슴속에 간직한 꿈”이라고 설명했다. 런던 올림픽에 간다고 해서 누구나 웸블리에서 심판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여자 축구 본선 32경기 중 준결승·결승을 포함해 3경기가 웸블리에서 열린다. 한 사람당 최소 1경기에서 많아야 3경기 정도 심판을 볼 수 있다. 더구나 대륙별 안배 등 경기 배정엔 여러 요소가 고려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운에 맡겨야 한다. 경기 48시간 전에야 자신의 일정을 알 수 있다.

 홍 심판은 2003년 한국인 최연소 여성 국제심판 자격을 획득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도 이번이 두 번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최연소로 참가한 홍 주심은 브라질과 독일의 준결승 등 총 3경기를 소화했다.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명심판이지만 홍 심판은 다시 한번 밟게 된 올림픽 무대를 앞두고 초심으로 돌아갔다. “선수 이상으로 체력이 좋아야 하는 게 심판이다. 올림픽을 대비해 일주일에 4~5일, 하루 두 시간씩 훈련을 한다”고 그는 말했다. 특히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육상 훈련은 홍 심판 나름의 비법이다. “주심은 뛰는 자세, 스타일도 중요하다. 에너지를 덜 쓰고 뛰는 방법, 언제 힘을 주고 빼야 하는지 등을 육상 훈련을 통해 배운다. 베이징 때 체력적으로 준비가 잘 됐었는데,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목표를 설명하는 홍 주심의 목소리에 열정이 묻어났다.

 영국은 홍 심판이 지난 6년간 살았던 곳이다. 그는 영국 러프버러대에서 스포츠정책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땄고, 남자 세미프로리그와 여자 프리미어리그 심판으로 활동했다. 그래서 이번 런던 올림픽은 더 특별하다.  

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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