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호황누리는 집값 주택시장 롱런할까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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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기자]

146주, 36개월.

국민은행 통계로 현재까지 지방 집값이 주·월 단위로 연속 상승한 기간이다.

1986년 통계가 시작된 이후 집값이 어디서든 이렇게 오랫동안 ‘플러스 행진’을 한 적이 없다. 이 기간 부산·대구 등 지방 5개 광역시 집값은 수도권(0.9%)의 30배 정도인 27.5% 뛰었다.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지방 5개 광역시의 지난해 월평균 아파트 거래건수는 1만6237건으로 2009년(월평균 1만3975)보다 16.2% 증가했다.

수도권은 2009년 월평균 2만1462건에서 지난해 월 평균 2만571건으로 되레 4.1% 줄었다.

지방 분양시장은 청약경쟁이 치열한 데 그치지 않고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다. 대구의 한 아파트는 2010년 하반기 분양돼 아직 입주 전인데도 그새 1800여가구 중 3분의 2 정도인 1200여가구의 주인이 바뀌었다.

지방 주택시장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는 이유가 뭘까. 국내 경기가 가라앉아 있고 주택보급률(가구수 대비 주택수 비율) 100% 미만인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대부분 지역에서 이미 100%를 넘었는 데도 말이다.

무엇보다 누적된 공급부족과 공급시차 때문이다. 2000년대 초중반 6만~7만가구에 이르던 5개 광역시의 연간 분양물량이 2007년부터 4만~5만 가구로 떨어졌다. 공급이 학 줄면서 병목현상이 생긴 셈이다.

주택은 분양에서 준공까지 2~3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2009년부터 공급부족이 현실화된 것이다.


여기에 신규 수요 증가와 구매력이 집값 상승에 불을 붙였다. 2008년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그 이전과 달리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세대수가 더 빠르게 늘었다. 2009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지방의 세대수 증가율(6%)이 수도권(4.8%)보다 높다.

지방 집값은 수도권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현재 지방 평균 집값은 1억7000만원 선으로 수도권(3억6000여만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연간 가구소득 기준으로 지방 집값은 4배 정도인데 수도권은 8배가 넘는다.

이제는 장기 상승세 레이스에 지친 듯

지방의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63%)이 수도권(52%)보다 높은 것도 구매력을 높인다. 지방에서 전셋값으로 집을 사는 데 수도권(1억7000여만원)의 3분의 1 수준인 6300만원만 보태면 된다.

물론 수도권보다 훨씬 대폭적인 전매제한·대출규제 등의 완화도 한몫 했다.

그런데 장기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지방 집값 오름세에 요즘 피로감이 느껴진다. 여전히 상승전망이 우세하지만 국토연구원 등의 각종 통계를 보면 올 들어 지방 주택에 대한 소비심리가 꺾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집값 상승세를 타고 2010년부터 크게 늘어난 분양물량이 내년부터 대거 입주한다. 내년부터는 이제까지와 반대로 공급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것이다.

주택 구입 적기는 '무릎'이라는 말이 있다. 지방 집값은 무릎을 지나 턱밑까지 올라온 것 같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것 중의 하나인 ‘추격매수’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지방 주택시장은 수도권의 반면교사다. 지방 집값 상승세를 뒤집으면 수도권이 보이는 것이다. 

규제가 강하고 공급이 충분하며 집값이 비싼 데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떨어지는 수도권 집값은 당분간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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