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을 소재로 한 영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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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증을 소재로 여러 영화를 찍었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만일 한 여인이 옷을 벗은 채 안뜰을 지나 잠자러 가고 있다면, 그것을 본 열 사람 중 아홉 사람은 누구나 하던 일을 멈추고 서서 그 여인을 바라볼 것이다."라고 했다.

인간이 만약 훔쳐보는 낙에 사는 동물이 아니었다면, 오양도 백양도 그렇게 피해를 보진 않았을 듯. 이번 주는 훔쳐보는 시선, 몰래 카메라와 관련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트루먼 쇼 The Truman Show ★★★★

감독 : 피터 위어 / 주연 : 짐 캐리, 에드 해리스 / 출시 : 1999년 4월 2일

화장실, 가로등, 심지어 아내의 목걸이에까지 설치된 500여대의 카메라를 통해 '진짜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이 매스컴을 통해 방영된다. 남의 사생활을 훔쳐보고 싶은 심리와 매스컴의 횡포, 나아가 인간과 신의 관계까지 생각해보게끔 하는 짐 캐리 주연의 수작이다.

보험회사 세일즈맨 트루먼은 어린 시절 요트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후 한번도 고향 섬을 떠나 본 적이 없다. 새로울 것도 없고 신나는 것도 없고, 단지 홀연히 사라진 첫사랑만이 그를 아련하게 하는 일상의 나날 속에서 갑자기 이상한 일이 생긴다. 하늘에서 촬영용 조명등이 떨어지고 어린 시절 익사한 아버지를 길에서 만나고, 아내는 어딘지 모를 곳에 대고 이상한 말을 늘어놓는다.

생방송 에드 TV EDtv ★★★☆

감독 : 론 하워드 / 주연 : 매튜 맥커너히, 우디 해럴슨, 지나 앨프만, 엘리자베스 헐리 / 출시 : 1999년 12월 10일

'트루먼 쇼'가 다소 환상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면, 이 작품은 다분히 리얼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실제로 전세계 여러 방송국에서 제작된 바 있는 '리얼 비디오' 제작 과정을 극화하고 있지만, 매스미디어의 횡포를 비판하기보다는 개인의 스타의식을 충족시켜주는 영화다. '분노의 역류' '파앤드 어웨이' '아폴로 13'의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했다.

케이블 방송 채널 "TRUE TV"는 타 방송사를 젖히고 시청률을 점유하기 위한 독특한 아이디어를 낸다. 평범한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루종일 무삭제로 방영하는 것. 출연자를 뽑기 위한 공개 오디션이 열리던 중, 스탭들은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비디오 가게 점원 에드를 픽업한다. 드디어 '생방송 에드 TV'가 탄생하고 에드의 있는 그대로의 일상이 미국 전역에 생방송된다.

슬리버 Sliver ★★★

감독 : 필립 노이스 / 주연 : 샤론 스톤, 윌리엄 볼드윈, 톰 베린저 / 출시 : 1994년 1월 1일]

매혹적이지만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는 아파트, 슬리버. 젊고 매력적인 아파트 주인이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입주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상(?)한다. '원초적 본능'의 시나리오 작가 조 에스터하즈와 샤론 스톤이 동참하고 있어 흥미롭다. 결론은? 몰래카메라는 나쁜 것. 은근히 뇌쇄적인 스릴러물이다.

칼리 노리스는 의미 없는 7년 동안의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뉴욕 38번가 동부 슬리버 건물로 이사한다. 같은 아파트 입주자인 잭 린드포드는 다양한 수법으로 칼리에게 접근해 오지만 인간관계에 있어 신중해진 칼리는 그가 귀찮기만 하다. 그녀는 한편 아파트의 주인이자 젊고 매력적인 지크 허킨스에게 빠져든다. 그런데 슬리버에서 범인을 알 수 없는 세 번째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칼리는 지크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침실의 표적 Body Double ★★★☆

감독 : 브라이언 드 팔마 / 주연 : 멜라니 그리피스, 크레이그 와슨, 그렉 헨리 / 출시 : 1990년 3월

히치콕의 아들이라 불리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숨겨진 걸작. '현기증'의 플롯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이 작품에서도 드 팔마 특유의 흥미로운 패러디 작업을 확인할 수 있다. 포르노 배우로 출연한 신예 시절 멜라니 그리피스의 관능적인 모습도 쏠쏠한 재미.

밀실공포증 때문에 영화사에서 쫓겨난 제크는 샘의 부탁으로 호화 주택을 관리하게 된다. 그런 어느 날 망원경을 통해 이웃집 여인 글로리아의 침실을 엿보게 되고 이후로도 계속 그녀를 훔쳐본다. 그러다가 수상한 사내가 그녀의 집에 침입한 것을 보고 뛰어들어가지만, 그녀는 이미 살해되고 살인자는 자취를 감춘 뒤다.

머홀랜드 폴스 Mulholland Falls ★★★

감독 : 리 타마호리 / 주연 : 닉 놀테, 존 말코비치, 멜라니 그리피스, 제니퍼 코넬리 / 출시 : 1997년 6월 9일

1950년대 LA에서 맹활약했던 '햇 스퀘드(Hat Squad)'라는 4인조 형사의 이야기. 몰래 찍힌 16mm 정사 필름이 이야기 전개의 핵심 단서가 된다. 참고로 '머홀랜드 폴스'란 햇 스퀘드가 체포한 범죄자들을 암암리에 처단하던 LA산중턱의 지명이다. '전사의 후예'의 리 타마호리 감독이 연출하고,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된 스릴러 액션물.

LA 사막에서 발견된 한 여자의 끔찍한 변사체. 그녀는 LA경찰인 후버의 정부였던 엘리슨이다. 후버는 자신에게 배달된 핵폭탄 기지 사령관 팀스 장군과 엘리슨의 정사 장면이 담긴 필름을 근거로 팀스 장군을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추적하지만 어떤 물증도 없다. 수사가 거듭될수록 후버를 향한 음모의 덫이 조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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