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책임 둘러싸고 군부·협상파 심각한 갈등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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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로켓 발사 실패 이후 한반도 정세에 대한 긴급 전문가 좌담회가 13일 낮 12시36분부터 JTBC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왼쪽부터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이정헌 JTBC 앵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조문규 기자]

북한이 13일 오전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실패로 끝났지만 한반도 주변의 긴장은 한층 높아졌다. 이날 김영희 대기자와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이 북 로켓 발사 이후 한반도 정세를 전망했다. 한·미·중·일 등 주변국의 대응 방향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좌담은 JTBC와 함께 진행했다. 사회는 이정헌 JTBC 앵커가 맡았다.

 ▶사회=북한이 13일을 선택한 이유는.

 ▶김영희=우선 김정은은 지난 11일 (노동당) 제1비서에 추대됐다. 15일은 김일성 생일 100주년이다. 축포다. 중간인 13일에 발사하면 양쪽에 다 걸린다.

 ▶사회=(북한이) 실패했다는 것을 바로 시인했다. 이례적이다.

 ▶백승주=외신기자가 많이 와 있고 한국과 미국·일본이 정확하게 (미사일이) 151㎞ 가다가 떨어졌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부인할 경우 국제적으로 더 망신스럽기 때문에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실패했다고 해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상대적으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기술은 발전했다.

 ▶사회=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하나.

 ▶윤덕민=유엔 결의안 위반이기 때문에 당연히 유엔 안보리에서 다뤄야 할 문제다. 결의안이든 의장 성명의 형태든 북한 행동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는 (유엔에서) 나올 것이다.

 ▶사회=중국은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이라 보나.

 ▶윤덕민=중국은 최근 북한을 ‘전략적 이익’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버릴 수 없는 존재란 의미다. 당장 중국은 (북한에) 화를 많이 내겠지만 결국 냉정과 자제란 큰 틀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다. 실질적 제재엔 가담하지 않겠지만 유엔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정도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영희=중국이 문제다.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 주변 국가들이 북한의 체제를 위협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을 우리가 귀에 못이 박이도록 이해시키고, 여기에서 구체적 이익을 발견할 수 있도록 중국을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

 ▶사회=미국의 반응은 어떤가.

 ▶윤덕민=이번 발사는 미국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 과거 방코델타아시아(BDA) 금융제재와 같은 민간 차원의 제재로까지 영역을 넓혀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의 의회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고, 대통령 선거 기간이기도 하다. (미국 내) 강경 일변도의 목소리가 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서두를 가능성도 있을까.

 ▶김영희=그렇다. 다만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여부와 시기는 바깥 세상(국제사회)의 대응 조치와 강도에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백승주=이번 (미사일 발사) 실패로 북한은 현 지도자의 존엄뿐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의 명예, 공화국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보고 있다. 명예를 일시에 회복할 방법으로 핵실험 카드를 공개적으로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사회=발사 실패로 북한 내부 분위기가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데.

 ▶백승주=일단 북한 내부적으로는 책임문제와 관련해 상당히 시끄러울 것 같다. 책임 소재 문제와 관련해 군부와 협상파 간 심각한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김영희=(김정은은 미사일 발사) 실패를 정면돌파하면서 여기에 대해서 응분의, 지금까지 없었던 문책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해 북한은 어떻게 반응할 것으로 보나.

 ▶윤덕민=과거 패턴으로 볼 때 북한은 미국에 상당히 접근할 것이다. ‘이번은 위성 발사였고 국내용이며 2·29 (북·미) 합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카드가 핵실험이다. 핵실험을 유예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에)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국이 응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수순은 핵실험을 강행해 대외적인 위기 환경을 만들어놓고, 과거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고난의 강행군을 통해 대내적 체제 정립에 나서리라 본다.

 ▶사회=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김영희=유엔 의장성명이든 결의안이든 알맹이 있는, 실효성 있는 내용이 담길 수가 없다. 이미 유엔 안보리 1718·1874호에 제재가 다 담겨 있다. 이게 이행됨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우리가 더 쓸 카드가 없다.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좀 더 제재를 가하고, 금융 쪽에서 조금 (제재할) 여지가 남아 있다. 핵실험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수사에 불과하다. 다만 (북한이) 잠재적 위협이란 것은 다 실감했다. 미국과의 미사일 분야 등 안보 공조를 강화하고, 또 어떻게든 일본에 대해서도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의 롤(역할)을 맡기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정리=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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