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분할 세종시, 잘 굴러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국판 워싱턴DC’로 불리는 세종시 선거 결과 국회의원에는 민주통합당 이해찬(59) 후보, 시장에는 자유선진당 유한식(63) 후보, 교육감에는 신정균(62)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각기 다른 성향의 3색(色) 인물이 세종시를 이끌어 갈 집행부를 형성한 것이다. 7월 1일 출범하는 인구 9만6000명의 세종시 살림을 꾸리는 과정에서 이들이 어떻게 하모니를 이룰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직할의 특별자치시인 세종시는 독특한 위상 때문에 선거 초반부터 전국적인 관심 지역으로 부상했다. 미국 수도인 워싱턴DC에 버금가는 행정도시를 건설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투표율(59.2%)도 전국 광역단체 중 1위이고, 전국 평균 54.3%보다 높았다. 세종시에는 국무총리실 등 16개 중앙행정기관과 20개 소속 기관이 올해 하반기부터 2014년까지 내려간다. 임기는 국회의원은 4년이지만 시장과 교육감은 7월부터 2014년 지방선거 때까지 2년이다.

 선거 결과에 대해 충청권에서는 “세종시민들이 특정 정치세력에 표를 몰아주지 않고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인물’에 비중을 둔 반면 시장과 교육감은 ‘토박이’를 선택한 것이다. 이 국회의원 당선인은 국무총리와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정치인이다. 이에 비해 유 시장 당선인은 연기군에서 태어나 평생을 연기군(현 세종시)에서 살아왔다. 연기군 농업기술센터 소장과 연기군수를 역임했다. 신 교육감 당선인은 교직생활 42년 가운데 35년을 연기군에서 근무했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그는 충남교육청 장학사와 연기군 교육지원청 교육장 등을 지냈다.

 하지만 각기 다른 이들 집행부 성향 때문에 정책 추진에 엇박자를 낼 가능성도 있다. 이 당선인은 진보 성향이지만 시장과 교육감 당선인은 보수 성향이다. 당장 교육정책 공약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 당선인은 “하반기부터 고교까지 무상교육을 전면 실시하고 관내 32개 초·중·고를 혁신학교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획일적인 교육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학교 형태다. 진보 성향인 김상곤 경기교육감 등이 도입했다. 그는 교육부 장관 시절(1998년)에도 학생들에게 ‘1등 주의’보다 자율과 책임을 강조했다. 반면 신 교육감 당선인은 ▶과학영재고 설립 ▶지역별 특성화 중심학교 ▶글로벌 인재 육성 장학 프로그램 운영 등 수월성 교육 추진의지를 밝히고 있다.

 국회의원과 시장의 소속 정당이 다른 점도 세종시 건설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재대 정연정(공공행정학과) 교수는 “정당마다 추구하는 이념과 정책에 차이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시장과 국회의원이 같은 정당일 때보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어 하모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