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한 즉석죽 활용법

중앙일보

입력

따뜻해진 날씨와 많아진 활동량으로 영양 관리가 필요한 때다. 오후면 찾아오는 춘곤증과 큰 일교차로 식욕이 떨어지고 무기력증을 느끼기 쉽다. 그렇다고 갑자기 음식 섭취량을 늘리면 살이 찌거나 위장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럴 땐 소화가 쉽고 입맛을 돋울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죽이다.

죽은 우리나라에서 곡식으로 만든 최초의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농경이 시작된 신석기 시대에 사용한 토기는 소성온도가 낮아 물을 많이 붓고 끓이는 죽 상태의 조리 외에는 할 수 없었다. 이후 밥이 주식이 되면서, 죽은 가미하는 재료에 따라 환자식, 보양식, 별미식으로 발달했다.

죽은 쌀 같은 곡식에 물을 많이 붓고 오랫동안 쑤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알갱이가 잘 풀어져 소화가 잘된다. 또한 주재료인 곡식이 속을 보호하고 포만감을 줘 한끼 식사로 먹을 수 있다. 조선시대 농업서적인 『임원경제지』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죽 한 사발을 먹으면 곡기가 일어나 위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으며, 부드럽고 매끄러워 위장에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많은 임금들이 이른 아침 위장 보호를 위해 조반으로 죽을 먹었다고도 한다.

임금님도 이른 아침엔 죽으로 위 보호

죽은 영양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수험생 조소정(18)양은 매일 아침 밥 대신 죽을 먹는다. 아침 먹기를 꺼려하는 딸을 위해 조양의 어머니가 고안해낸 방법이다. 조양은 “아침을 먹으면 학습효과가 좋아진다고 해서 밥을 먹었는데,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돼 오히려 불편했다”며 “죽은 빨리 먹을 수 있고 소화가 잘돼 편안하다”고 말했다. 조양의 어머니는 두뇌건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참치죽이나 타락죽을 준비한다. ‘브레인 푸드’로 불리는 참치와 114가지 영양소가 들어있는 완전식품 우유로 조금이나마 공부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회사원 김인영(36)씨는 자칭 ‘죽 매니어’다. 잦은 야근과 스트레스로 폭식을 일삼다 보니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복부 비만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미 관절에 무리가 와 운동을 오래 할 수 없는 지경이어서, 식습관을 바꿔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때 접한 게 죽이었다. 그는 “죽은 한 그릇의 열량이 300칼로리 미만으로 매우 낮은 편인데, 포만감은 충분히 준다”며 “즉석죽은 그날 그날 먹고 싶은 것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 질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배가 많이 고플 때는 일반 즉석죽 두 배 크기의 대용량을 선택하면 좋다”고 귀띔했다.

김씨는 전복죽과 굴미역죽을 즐겨 먹는다. 전복은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할 뿐 아니라 간 기능을 강화하고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굴은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데, 타우린과 단백질이 풍부해 음주로 지친 간을 보호하고 해독작용과 소화를 돕는다. 숙취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주부 김종숙(56)씨는 단팥죽과 호박죽을 즐겨 먹는다. 그는 “혼자 밥해 먹기 귀찮을 땐 점심식사를 그냥 건너 뛸 때가 많았다”며 “식사를 자주 거르니 위에 부담이 가고 주전부리가 늘어 죽을 먹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단것을 좋아해 단팥죽과 호박죽을 주로 먹는데, 이후 속이 든든하고 오히려 살도 찌지 않았다. 팥에는 인삼에 많은 사포닌 성분이 들어있어 체내 수분 배출을 돕고, 부기를 빼는데 도움이 된다. 호박은 식물성 섬유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이뇨작용을 돕는다. 부기를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베타카로틴성분으로 대장암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양죽·총명죽·미용죽 등 제품 다양화

요즘은 소화가 잘되는 건강죽부터 기운을 돋우는 보양죽, 두뇌발달을 돕는 총명죽,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미용죽 등 다양한 종류의 즉석죽이 많이 나와 있다.

즉석죽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단연 동원F&B다. 동원 양반죽은 참치죽, 전복죽, 밤단팥죽, 꿀호박죽, 야채죽, 타락죽을 포함한 10여 종이 넘는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내놔 소비자들이 입맛과 용도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들 제품개발 덕분에 죽은 아플 때 먹는 음식이 아니라 아침식사나 간식으로도 활용하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맛과 영양을 선택해 먹을 수 있는, 일상의 건강 편의식품으로 자리매김시킨 것이다.

양반죽은 100% 국내산 찹쌀을 사용해 부드럽고 찰 지다. 집에서 쑤는 방식 그대로 재료를 처음부터 함께 끓여 맛이 깊고 풍부한것이 특징이다. 제품별로 참기름, 김, 꿀 같은 소스를 별첨했고 기호에 따라 소스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전복죽과 야채죽은 기존 제품의 2배에 해당하는 대용량 제품을 출시해, 한 끼 식사 대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동원F&B">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