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콤 입찰두고 기업들 '고민'

중앙일보

입력

"남 주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먹자니 부담되고…."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요즘 통신업계의 최대 현안은 다음달 실시될 예정인 파워콤 입찰이다.

주인인 한국전력은 많은 돈을 받고 지분을 팔려고 하지만 업체들의 속사정은 그야말로 ''고민 중'' 이다.

최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IMT-2000 사업에 수조원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 추가로 1조원 이상 돈을 들여 파워콤을 인수하기는 버겁기 때문. 그렇다고 한국통신 다음으로 전국적인 통신망을 갖고 있는 파워콤을 경쟁업체에 뺏기면 반사적으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동안 입찰에 적극적이었던 SK와 LG는 요즘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IMT-2000 사업권 못지 않게 파워콤 인수를 놓고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 파워콤 민영화 일정=한전은 올해 말까지 파워콤의 지분 66%를 판다는 일정으로 지난 7월 1단계 작업으로 20%를 입찰에 부쳤다.

그러나 지난 9월 말까지 추가로 30%의 지분을 팔고, 연말까지 16%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려던 일정은 무기 연기됐다.

당초 입찰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포항제철이 파워콤 인수를 포기한 데다 SK와 LG도 한전의 목표 주가인 주당 3만원에는 고개를 젓고 있기 때문이다.

파워콤 관계자는 "한전과 통신업체간에 물밑 대화가 진행 중" 이라며 "IMT-2000 사업자가 선정될 다음달에는 입찰이 실시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에선 파워콤 민영화 일정을 내년 상반기로 6개월 정도 연기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꽁꽁 언 주식시장이 풀리고 IMT-2000 사업권 향방이 결판이 난 이후에야 정상적인 입찰이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 SK와 LG의 사정=파워콤은 4만3천㎞ 광케이블과 3만8천㎞ 동축케이블을 갖고 있는 2대 통신망 회사. 현재 파워콤의 새 주인으로 가장 유력한 업체는 SK다.

파워콤 인수로 유.무선 종합 통신업체로 도약하려는 SK는 대주주인 포철과 함께 지난 입찰에서도 5%씩 지분을 샀다. IMT-2000 컨소시엄에도 파워콤을 주요 주주로 끌어들였다.

LG는 브리티시텔레콤과 함께 ''적절한 가격'' 이라는 전제조건 아래 파워콤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SK.LG는 일단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며, 인수를 하더라도 단독보다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비용부담을 최대한 줄이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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