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떠나는 기업…지방 부동산 시장 볕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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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서울•수도권 주민이 줄고 있다. 지방으로 이사를 가는 경우는 늘었는데, 지방에서 서울•수도권으로 이사를 오는 일은 줄었다.

왜 그럴까. 서울•수도권을 떠나는 것은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지방 도시로 이전하면서 서울•수도권 주민들이 줄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게 있다. 단지 기업이 간다고 서울•수도권에 살던 직원들이 무조건 따라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에도 지방으로의 기업 이전이 적지 않았지만 직원 상당수가 이직을 통해 수도권에 남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지방 도시들의 주거환경이 개선되면서 회사가 가면 직원들도 그냥 간다.

웬만한 지방 도시는 기반•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에 살던 김모(35)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해 말 회사가 충남 천안시로 이전하자 망설임 없이 따라 내려갔다.

“처음에는 살짝 우려도 됐지만 와서 보니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살기에 불편함이 없다. 게다가 집값도 싸고 교통체증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삶의 질이 달라지고 있다.”

지방 주거환경 개선 영향 커

이런 현상은 정부 통계에서 확연히 들어난다. 통계청이 1월 말 발표한 ‘최근 1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 자료를 보면 지난해 수도권에서만 8000명이 순유출됐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428만4000명이 전입한 반면 수도권에서 429만2000명이 빠져나간 것이다. 수도권에서 인구가 순유출된 건 1970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순유입은 2002년(210만명)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줄어들다 지난해 감소세로 반전했다. 서울에서만 지난해 한해동안 11만3000명이 순유출됐다. 경기도로는 순유입했지만 규모는 7만6000명으로 전년(14만2000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10~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탈(脫) 수도권 바람이 거셌다. 40대에서 1만3000명이 순유출됐고 30대와 50대도 1만2000명씩 줄어들었다. 10대와 20대도 1년 전보다 순유입 강도는 크게 약화됐다.

수도권 인구 40년만에 순유출로 돌아서

수도권에서 빠져나간 인구는 수도권에서 가까운 충청도와 강원도로 흡수됐다. 2006년부터 수도권 인구를 끌어들여온 충남에는 지난해에도 1만3000명이 순유입됐다. 지난해 충북과 강원에도 6000명씩 인구가 추가됐다.

정부는 수도권 인접 지역의 인구 증가는 기업이 수도권 밖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결과로 풀이한다. 실제 충청도에는 2000년대 중반부터 삼성전자 액정표시장치(LCD)사업장,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사업장, 현대제철•동부제철 등이 잇따라 입주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뚜렷해 질 것 같다. 세종시와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본격화하면 수도권을 떠나는 인구는 더 늘어날 게 분명하다.

전국이 일일생활권으로 변화된 데다 지방 도시들의 주거환경이 개선되면서 은퇴자를 중심으로 생활비가 싼 지방거주 선호 추세는 갈수록 커질 게 뻔하다.

지방 이전 수요 더욱 늘어날 듯

기업도 마찬가지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본사를 제주도로 이전키로 한 데 이어 네이버(NHN)도 일부 부서를 춘천으로 옮긴다.

하나금융그룹도 인천 청라자유구역에 하나금융드림타운을 조성해 본사를 옮긴다는 계획이다. 동양시멘트는 삼척시로 본사를 이전키로 했고, 대한전선 역시 본사를 비롯한 12개 계열사를 2017년까지 서울 중구 회현동에서 경기 안양시 관양동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삼성LED, 대우 엔지니어링 등의 기업이 본사의 지방 혹은 생산 현장으로의 이전을 검토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업이 이전하는 지방 부동산 시장에 투자 바람이 불기도 한다. 기업이 내려가면 주택 수요가 늘어 무엇보다 집값이 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입주자들의 소득기반이 탄탄해 아파트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지방 부동산 시장 판도 변화 예상

일자리가 풍부해지고 전월세 임대수요도 증가해 원룸,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과 같은 수익성 부동산의 투자성도 높아질 수 있다.

인구 증가로 교통이나 교육•편의시설 등 기반시설도 확충돼 지금보다 생활여건도 좋아지게 된다. 그래서 기업 이전 발표 만으로도 해당 지역 땅값•집값이 급등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이 이전한다고 해서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 기업 이전이 계획대로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끼었던 거품이 걷히면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땅값•집값이 단기간에 오르는 경향이 있어 투자 시점 선택도 잘해야 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업 이전 계획과 진행 상황 등을 꼼꼼히 체크하고 현장 답사 등을 통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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