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더러운 상점 나가라"…DC 시의원 인종 차별 발언

미주중앙

입력

워싱턴DC 시장 출신으로 현재 시의회 의원인 매리언 배리가 아시아인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분노를 사고 있다.

배리 의원은 지난 3일 DC내 자신의 시의원 3선 유세 과정에서 “아시안들이 이 지역에 몰려와 업체를 차리고 더러운 상점 문을 열고 있다“고 말하고 “지금 당장 우린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한다”(We got to do something about these Asians coming in and opening up businesses and dirty shops)고 아시안들에 대한 배타적인 행동을 선동했다.

DC시장을 4번이나 지내고 사회운동을 한 경력의 그는 시장 퇴임 이후 현재 시의회 의원 3선에 도전하면서 선거유세를 벌이고 있으며, 워싱턴 지구 제 8지구에 선거 사무실을 차려놓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해 발언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으며, 아시안들이 주인인 영업장에 대해 “더러운 상점(Dirty shops)라고 주저없이 표현해 가며 지지를 촉구했다.

그는 이어 “그들(아시안)은 나가야 한다. 내가 말하는 것은 지금 당장이어야 한다는 말이다”며 아시안 상점을 배척할 것을 지지자들에 촉구하면서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이 경영하는 업소가 그 자리를 대체해야 한다”(They ought to go. I’m going to say that right now. But we need African-American businesspeople to be able to take their places, too)며 인종차별적인 언사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당시 장면을 녹화한 WRC-TV 방송은 그의 사무실을 찾아가 그의 발언에 대한 경위와 진의를 물으려 했으나 배리 사무실 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의 아시안 비하 발언이 나가자 40년간 DC에서 거주하면서 배리가 시장때 아시안계 인물로 공직에 임명됐었으며, 현재 ‘US 팬 아시안 아메리칸 상공회의소’ 소장을 맡고 있는 중국계의 수전 앨런 회장은 “DC 시장을 지냈고 사회사업을 하며 이곳 사람들을 함께 결속시키려 했던 인물이 한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랍다”고 말하고 “이 지역은 아시안이든 흑인이든 힘을 합쳐 개선시켜 나가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배리는 그러나 하루가 지난 5일 자신의 말이 문제가 되자 트위터를 통해 “내가 다른 식으로 말해야 했었고 그렇게 했어야 했다는 점을 인정한다”(I admit, I could and should have said it differently)고 논란이 된 발언을 인정하는 듯 한 발언을 하는 듯 했으나 이내 “그러나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다”고 말해 발언의 진의는 바꾸지 않았다.

그는 이어서 “우린 수준 이하의 대우와 근거리에 무기를 두기도 하며, 지역활동에 나서지 않는 것들에 식상해 있다”이라며 아시안들이 영업활동을 하면서 보이는 행태를 또 다시 비난했다.

아시안 상점주인들이 흑인 동네에서 손님들에 불쾌하게 대하고 무기를 지니고 있으며, 지역사회에 기여를 하지 않는 경향을 빗대 한 발이기도 하다.

주변에서는 “그가 한 발언이 문제가 되자 다소 주춤거리는 모습이나 그렇다고 진정한 사과를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흥분하고 있다.

"베리 시의원 발언 해명도 용납 못해"
DC 한인 상인들 뿔났다

워싱턴캐그로 "강력 대응"

메리언 배리 워싱턴DC 시의회 의원의 “아시안들이 들어와 더러운 상점을 여는 것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발언으로 한인 업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선거 유세에서 아시안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배리 의원이 앞뒤 모르는 ‘초짜’ 정치인도 아닌 DC에서 4선을 지낸 시장인데다 시의원 3선에 도전하는 ‘닳고 닳은’ 정치인이기에 충격은 더 컸다.

그가 출마한 제8선거구 지역은 흑인 밀집 거주 지역으로 한인이 운영하는 소형 식품
점과 주류 판매점들이 다수 몰린 곳이기도 하다.

워싱턴한인식품주류협회(캐그로)의 어윤환 회장은 5일 전화 통화에서 “오랜 경력의 정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고 황당했다”며 “이번 문제는 협회 측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발언의 배경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며 “이런 말이 불씨가 돼 반한 혹은 반 아시안 감정으로 흐르지 않도록 초반에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협회측에 따르면 워싱턴DC에서 운영되고 있는 식품점 중 약 70%가 한인이 운영하고 있다. 매년 지역사회를 위해 후원금을 내고 장학사업 등 활발한 활동을 해 온 캐그로 입장에서 이번 배리 의원의 발언은 그의 ‘급한 해명’으로는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피터 조 캐그로 사무총장은 “한인 상인들은 이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사업뿐만 아니라 시나 정치인들이 기금마련 행사를 할 때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다”며 “아내와 매년 마틴 루터 킹 행진에도 참여할 만큼 커뮤니티의 일부로 활동하고 있는데 (배리 의원의 발언은)이해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캐그로측은 조만간 대책 회의를 열고 다른 아시안 단체들과의 공동 대응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최철호·이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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