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공정위 "프로야구 트레이드·보류제도 불공정

중앙일보

입력

프로 야구계의 논란거리였던 선수 트레이드 제도와 재계약 보류제도의 개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인 선수 지명권 제도(드래프트 제도) 는 현행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판 노비문서'로 불리는 프로야구 규약과 계약서를 불공정 약관으로 보고 선수들을 보호하는 쪽으로 손질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3일 8개 프로야구 구단과 선수들 간의 계약에 적용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과 통일 계약서에 대해 약관심사 자문위원회의 심의와 내부 검토를 거친 결과, 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 약관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12월중에 약관심사 자문위원회를 한차례 더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전원회의에 상정, 시정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문제가 되고 있는 제도들은 미국, 일본에도 프로야구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도입돼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선수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선수들의 권리도 반영하는 쪽으로 시정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류제도는 구단이 매년 11월에 재계약을 보류하는 60명 이내의 소속 선수를 공시하고 다음해 1월 말까지 재계약이 안될 경우 1년간의 보류 기간을 거치도록 하고 그때까지도 재계약이 안되면 임의 탈퇴선수로 선수 활동을 금지시키는 것이다.

이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 자유계약 선수가 될 수 있는 자격으로 ▶구단이 보류권 행사를 포기하거나 ▶선수생활을 10년 이상 했을 경우 또는 ▶선수가 보수의 절반 감액을 조건으로 구단에 계약 갱신을 요구했으나 거부 당했을때로 규정해 구단의 뜻을 따르지 않을 경우 사실상 선수생활을 못하게 된다.

공정위는 이에따라 보류제도는 유지하되 자유계약 선수 자격으로 선수생활 연수를 현행 10년에서 대폭 줄이는 등 개선토록 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또 구단이 소속 선수의 의사에 관계없이 마음대로 다른 구단에 넘기거나 맞교환 할 수 있는 트레이드 제도도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고 트레이드를 거부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경우 10년 이상 선수생활을 하고 이중 마지막 5년을 현 구단에서 뛰고 있으면 그 선수의 동의없이는 트레이드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는 그러나 구단별로 지역 연고권을 갖고 신인 선수를 우선 지명하는 제도는 구단들의 전력 평준화와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현행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와함께 ▶구단이 지시할 경우 선수가 사진.영화.TV 촬영에 응하도록 하고 ▶구단이 계약서에 약정된 이외의 보수를 선수에게 지불하지 않도록 하거나 ▶공과 유니폼을 제외한 용구를 선수가 자비 부담토록 하고 ▶선수가 구단과 계약을 체결할 때 대리인을 내세우지 못하도록 한 규정도 불공정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KBO 규약상 구단과 선수간의 계약에 대해 KBO 총재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KBO가 지나치게 구단 운영에 간섭하는 것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프로야구의 규약과 계약서에 대해 공정위의 최종 불공정 판정이 내려지면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프로 스포츠와 연예계에도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서울=연합뉴스) 김문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