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부문별 쟁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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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기업 개혁 방침에 대해 노조는 한마디로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과 같은 공룡기업의 분할이나 철도 민영화도 반대한다는 것이다. 양측의 입장과 주장을 비교해 본다.

◇ 한전=노조는 1994년부터 추진된 '한전 분할 및 민영화 계획' 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계획은 국내 전력산업의 독점체제를 경쟁체제로 바꿔 궁극적으로 전력요금 인하 효과를 국민에게 나눠 주자는 것이다.

정부는 한전의 부채(31조7천억원)가 이미 자본을 초과한 데다 한전의 1년 예산(26조8천억원)이 정부 예산의 3분의1을 차지할 정도로 비대해졌다고 지적한다. 방만한 경영을 수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편 내용은 송전.배전과 원자력.수력발전 부문은 그대로 유지하고, 화력발전 부문만 지역.성격 등에 따라 5개 자회사로 일단 분할한 뒤 단계적으로 이들 회사를 민영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분할.개편 과정에서 1조원대의 추가 비용이 예상되고▶민간 기업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담합해 전기요금 인상 등을 꾀할 것이라며 반대한다.

◇ 철도=만성적인 적자 운영에 시달리는 철도를 민간 기업에 매각해 재정 부담을 줄이고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부는 민영화를 위해 지난해 말까지 모두 5천여명의 인력을 감축한 데 이어 내년 초까지 2천3백명 이상을 추가로 줄일 계획이다. 올해 영업순익 대비 인건비 비중이 54.5%로 너무 높다(일본 철도는 32.7%)는 것이다.

그러나 철도 노조는 "민영화 방침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다음달 15일 총파업을 하겠다" 고 선언한 상태다.

노조는 "현재도 최소 인력으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추가 감축은 노동조건을 최악으로 몰고갈 뿐 아니라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다" 고 주장한다.

또 철도의 공공성이나 다른 교통수단과의 경쟁력 문제, 경의선 복원 등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결정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건설=오는 29일 파업 돌입을 선언한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산업노조연맹(조합원 2만5천명)은 최근 채권은행에 의해 퇴출 판정을 받은 11개 업체의 퇴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퇴출 대상에 오른 건설업체 상당수가 숫자 늘리기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건설업 체질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며, 해당 퇴출 기업은 채권단이 결정한 것이므로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건설노조는 또 고용 확대를 위해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을 10조원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 통신=LG그룹이 인수함으로써 민간 기업으로 변신했지만 업종 성격상 공공성이 강한 데이콤이 파업 16일째를 맞고 있다. 구조조정을 할 때 노사가 '합의' 할 것인지, '협의' 할 것인지가 최대 쟁점이다.

이번 파업으로 지난 18일 은행과 기업간의 자금이체.거래 내역을 처리하는 전자금융서비스(CMS)가 불통하는 등 데이콤의 통신 서비스에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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