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유능CEO 부족난 극심

중앙일보

입력

디지털경제와 주가 폭락, 그리고 급변하는 경영환경. 이같은 상황을 헤치고 나갈 유능한 선장은 없을까.

미국기업들은 요즘 디지털경제시대를 헤치며 기업수익을 극대화활 유능한 경영진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직장을 잃은 경영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알선해 주는 업체인 챌린저, 그레이 & 크리스마스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미국에서 일자리를 잃은 최고경영자는 350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이 재취업을 하려해도 일단 실패한 기업인이라는 이미지가 커 재취업이 쉽지 않다는게 회사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메이텍의 로이드 워드, 루슨트 테크놀로지스의 리차드 맥긴, 질렛의 마이클 홀리등은 투자가들이 원하는 성과를 올리는 데 실패한 뒤 회사에서 밀려난 대표적인 경영인들. 이들은 모두 기업의 수익급감과 이에따른 주가급락이 원인이 돼 경영자 자리를 물러났다.

뉴욕 소재의 최고경영자 알선업체인 스펜서 스튜어트의 토마스 네프 회장은 "디지털경영시대에 기업들의 인재 육성이 필요한 만큼 빨리 이뤄지지 않아 이같은 유능한 경영인 가뭄시대가 찾아왔다" 고 말했다.

최근 최고경영자들에게 요구되는 기준은 그 이전보다 훨씬 높아진 데다 이들의 진퇴도 유례없는 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시카고 소재의 인력알선업체인 하이드릭 & 스트러글스 인터내셔널의 제라드 로슈회장은 "경기가 좋으면 경영진이 평범해도 가려지는 경우가 많으나 요즘같은 격동기에는 투자자든 회사든 경영진의 무한한 능력을 요구한다" 고 말했다.

커네티컷주 그린위치에 위치한 디렉터십 서치 그룹의 최고경영자인 러셀 레이놀즈 2세는 "검증된 경영인들은 이미 일을 할만큼 했거나 지친 경우도 많으며, 자신들이 현재 하는 일에 만족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유능한 경영자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고 지적했다.

경영자들이 한 회사에 오래 근무하는 풍조도 사라지면서 경영인 육성을 위한 기업들의 투자도 줄어든 것도 좋은 경영자가 드물게 하는 원인.

실제로 최근 미국기업의 최고경영인자리는 90년대 중반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는게 인력관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20여년이 넘도록 제너럴 일렉트릭의 총수직을 맡고 있는 잭 웰치 회장은 자신의 재임기간동안 후계경영인 양성에 아낌없이 투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따라 내년으로 예정전 자신의 퇴임이후 후임자는 내부에서 이미 3명의 후보까지 선정해논 상태다.

또 IBM의 최고경영자인 루이스 거스너도 후계자 양성을 위해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유명하며 자신의 후임을 내부경영진에서 뽑는다는 방침까지 정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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