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회사채 믿을 만하고 수익 좋아 … 미국·유럽 투자자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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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올 2월 일이다. 부산은행이 달러 표시 회사채 3억 달러(약 3360억원)어치를 내놓았다. 만기 5년짜리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부산은행이 2009년 이후 처음 내놓은 달러 표시 채권이었다”고 3일 보도했다. 시장 한쪽에선 다 팔려나갈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대성공이었다. 청약을 받아보니 48억 달러나 됐다. 조달 목표액보다 16배나 주문이 몰렸다. 채권 금리는 4.125%로 결정됐다.

 BNP파리바 홍콩법인 이사인 프랭크 궝은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회사채들이 인기”라며 “(한국 기업) 신용도가 개선되고 채권투자 수익 전망도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민간 기업과 공기업 등이 올 1분기에 발행한 달러 표시 채권은 117억 달러(약 13조1040억원) 정도”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많고 1999년 이후 최대”라고 이날 보도했다.

 한국 회사채가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보니 금리도 내려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 표시 한국 우량 회사채(3년 만기)의 평균 금리는 요즘 연 3.5% 수준이다. 지난해 9월엔 연 4.3% 정도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해외 채권펀드에 돈이 많이 흘러 들어왔다. 막대한 자금을 쥔 채권펀드들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이머징 채권을 올 1분기에만 수백억 달러어치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유럽 은행들은 기업 대출을 꺼리고 있다. 재정위기 등으로 생존 위기에 몰려서다. 그 바람에 금리도 올랐다. 반면 글로벌 유동성 풍년 때문에 채권시장의 달러 자금 금리는 낮게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의 국가와 기업 신용도가 해외 채권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며 “그 결과가 무디스 등의 신용 전망 상향 조정에 반영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국 기업들은 시장 상황을 이용하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였다. 먼저 해외 은행 차입을 줄였다. 올 1분기에 13억4000만 달러를 빌려 쓰는 데 그쳤다. 한 해 전 같은 기간엔 29억3000만 달러였다. 절반 이하로 줄었다. 대신 만기 3~5년짜리 달러 표시 회사채를 이용해 채권시장의 값싼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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