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덱스2000] 최대화두는 'e-비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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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컴덱스가 우리에게 줄 것은 없습니다. 획기적인 신기술의 경연장이었던 이 행사가 기술개발의 빈곤탓인지 ''작은 기술의 조합'' 을 소개하는 자리로 전락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21세기를 앞두고 세계기술산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큰 흐름을 알게해 준 금세기의 마지막 행사로 평가받으며 끝낸다면 소명을 다한게 아닐까요"

지난 한주일 동안(13일-1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지구촌 최대의 정보기술(IT) 전시회인 ''2000가을 컴덱스'' 를 지켜본 전문가들의 소견은 다양했다.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서도 이번 행사는 IT의 세기적 전환을 예고하는 여러가지 징후들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몇가지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다.

◇ 새로운 e-비즈니스의 예고=본래 가을 컴덱스는 IT관계자들의 기대를 많이 모은다. 다음해 IT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신기술들을 보여주는 장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엔 전세계 닷컴업체들의 불황을 반영한 듯 ''깜짝쇼'' 보단 닷컴의 수익모델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가을 컴덱스만 10년째 참가한 한컴리눅스의 박상현 사장은 "지난해 행사때와 기술적으로 커다란 차이가 없다" 며 "이제 컴덱스는 ''첨단기술의 향연'' 보다는 기존의 기술을 이용, 새로운 e-비즈니스를 조합해내는 업체들의 교류장으로 바뀌었다" 고 평가했다.

휴렛패커드(HP) 의 칼리 피오리나 사장은 "컴퓨터.휴대기기.소프트웨어.서비스 등 모든 IT제품들이 인터넷의 일부가 된다" 며 "예컨대 우표나 기차표 등을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된 각종 기기로 뽑아서 쓸 수 있는 e-서비스를 선보이겠다" 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장소.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세상 ''쿨타운'' 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e비즈니스의 새로운 미래를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전자상거래가 업체들의 최대관심사 중 하나로 부상했다.

e-커머스관이 처음으로 개설돼 전자상거래 관련 솔루션 등 제품이 대거 선보였고 ''성공적인 B2B 전략'' ''2025년의 전자상거래'' 등 전자상거래를 주제로 다양한 회의도 열렸다.

◇ 포스트 PC와 블루투스의 동반혁명=무선 인터넷의 각축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우선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휴대용 무선 인터넷단말기가 대거 출품돼 ''포스트 PC'' 진영을 형성했다.

여기에 최근 부상하고 있는 근거리 무선 데이터통신 기술인 ''블루투스'' 가 접목돼 ''무선(와이어리스) 혁명'' 을 예고했다.

이같은 사실은 키3미디어.씨넷.ZD넷이 15일 선정한 ''베스트 오브 컴덱스'' 에서도 드러난다.

미래의 베스트 비전상은 빌 게이츠의 기조연설 때 소개됐던 마이크로소프트(MS) 의 태블릿PC가 받았다.

데스크톱의 기능을 가지면서도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이 제품은 포스트 PC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특히 국내 업체인 싸이버뱅크의 CDMA를 내장한 개인휴대통신기기(PDA) ''사이버드'' 는 무선.모바일 분야에서 2등인 파이널리스트로 뽑혀 눈길을 끌었다.

씨넷은 사이버드가 "혁신적인 새로운 개인휴대통신기기로 진정한 의미의 휴대용 컴퓨터" 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무선 기술의 총아인 블루투스는 노트북과 프린터 등 전 제품에 적용되며 이견이 없는 대세로 공인됐다.

미 GN네트컴이 선보인 블루투스 기반의 무선 헤드셋은 세계 최초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블루투스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스온칩 서문기 이사는 "내년부터 모든 정보기기가 무선으로 연동되는 블루투스 시대가 시작될 것" 으로 예상했다.

◇ MS와 반(反) MS 진영의 경쟁=이번 행사에 IBM.컴팩.AOL 등 세계적인 IT업체들이 많이 빠졌다.

웹앤어카운팅닷컴의 김재일 대표는 "매년 전야제 기조연설을 빌게이츠가 도맡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컴덱스가 MS 연합군의 잔치로 인식되고 있다" 고 분석했다.

대신 세계 최대의 인터넷 박람회인 ''인터넷월드'' 가 부상하고 있다. 올해로 7년째를 맞는 인터넷월드는 전세계 30여개국을 돌며 개최되면서 컴덱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월드는 반 MS 진영의 대표적인 인물인 AOL의 스티브 케이스 회장이 전야제 기조연설자로 나서고 있어 컴덱스와 대조를 이룬다.

이번 컴덱스는 참가업체 2천2백여개.관람객 20만명으로 세계최대 규모를 과시했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이에 비해 지난 4월 LA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00 인터넷월드'' 는 전년보다 두배가까이 규모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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