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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우승 못했지만 올핸 그분이 올 것 같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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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 출전한 한국 여자골프 1세대 맏언니들이 한자리에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희원·박세리·장정·박지은(왼쪽부터)이 나란히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지연 기자]

“이게 얼마 만일까요. 이렇게 모이니 그 옛날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네요(웃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1세대 맏언니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박세리(35·KDB산은금융), 박지은(33), 한희원(33·KB국민은행), 장정(32·볼빅)이 그들이다. 무릎 수술로 병가를 낸 김미현(35·KT)을 제외하고 모처럼 함께한 이들은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앞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미션힐스 골프장의 연습장에서 유쾌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몇 년 동안 우승을 못했지만 올해는 그분이 오실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1세대 골퍼들의 최근 분위기는 매우 좋다. 박세리와 한희원은 한 해도 빠짐없이 꾸준히 활약하고 있고, 부상으로 신음했던 박지은과 장정은 몸 상태가 좋아져 투어로 돌아왔다. 강산이 한 번 변한다는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이들은 여전히 20대 초반의 후배들 못지않게 피가 끓는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15년을 미국에서 활동하며 빛나는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18홀로 치자면 절반 이상을 보냈지만 승부는 후반 9홀부터고 연장전도 펼칠 수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 30대가 되면서 여유는 오히려 더 많아졌다.

 박세리는 “지난겨울 아버지와 함께 훈련을 했고 그 어느 해보다 편안한 시즌을 맞았다. 샷이나 심리적으로나 모든 게 안정돼 이제야 정말로 투어 생활이 재미있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은은 “예전엔 운동선수였다면 이제는 프로가 된 것 같다. 20대 땐 스코어가 안 나오면 밥맛도 없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연륜이 생겼고 여유를 가지고 즐기게 됐다. 우리도 서로 토닥거려주는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성적이 전부는 아니지만 승부욕은 여전하다. 이미 주부 골퍼가 된 한희원과 장정, 그리고 결혼을 고민해야 할 시기인 박세리와 박지은은 노장 선수라는 주위 인식과 시선에 대해서는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장정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골프 선수 전성기는 30대라고 했다. 통계를 봐도 골프는 30대에도 얼마든지 우승하고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들면 결혼하고 그만둬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한희원은 “띠동갑 후배들을 보면서 나이 든 걸 느끼지만 후배들 못지않게 노력하고 있다.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는 속상하지만 투어에 남아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했다.

팜스프링스=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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