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세진 해적당 … 떨고 있는 독일 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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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선거 결과 발표를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는 독일 해적당 당수 제바스티안 네르츠. [자를란트 로이터=뉴시스]
독일 해적(海賊)당이 유권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인터넷 자유와 정치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신생 해적당은 주류 정당들을 위협하면서 빠른 속도로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다고 독일 주간 데어 슈피겔 등이 전했다. 주간 포쿠스는 해적당의 ‘트위터 정치인’들이 강력한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5일 치러진 남서부 자를란트 주의회 선거에서 해적당은 7.4%를 득표했다. 원내 진출에 필요한 5%를 가볍게 넘어섰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연정 파트너인 친기업 성향의 리버럴 자민당은 1.2%에 그쳐 주의회에서 쫓겨났다.

 해적당이 지난해 9월 베를린 지방선거에서 8.9%의 득표율로 주의회에 처음으로 입성했을 때만 해도 일회성 사건으로 여겨졌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적당은 5월 6일과 13일 잇따라 치러지는 슐레스비히홀스타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회 선거에서도 성공신화를 계속 써나갈 전망이다. 자를란트 주 해적당 지도자인 야스민 마우러(22)는 “뭔가 새롭고 신선한 것을 내놓은 우리에게 표를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 같은 기세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독일 정계의 판도가 뒤흔들리게 된다. 3기 연속 집권에 도전하는 메르켈 총리는 자민당과의 연정을 선호한다. 자신이 이끄는 중도좌파 기사·기민당 연합이 제1당이 된다 하더라도 자민당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다른 연정 파트너를 구할 수밖에 없다. 2005~2009년 때처럼 중도좌파 사민당과의 대연정이 불가피하게 된다.

 제1야당인 사민당은 녹색당과의 연정을 통해 정권교체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자를란트 주의회 선거처럼 총선에서도 녹색당(5.0%)이 해적당에 밀린다면 중도좌파 연정 구성은 어려워진다.

 독일 해적당은 2006년 9월 창당했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엄격한 지적재산권 제도를 개혁하고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자는 취지로 스웨덴에서 같은 이름의 정당이 만들어진 지 몇 달 뒤의 일이다. 현재 당원은 1년 사이 두 배로 늘어 2만1600명이 됐다. 평균 연령은 31세다. 최근까지만 해도 뚜렷한 정강정책이 없었지만 지금은 최저임금제 개선 대안을 제시하는 등 관심 어젠다를 확대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포르자의 만프레트 귈너 소장은 “해적당이 다른 정당의 진부함에 실망한 사람들의 지지를 모으며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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