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나] 청년 취업 프로젝트 의뢰인 … 인사 담당자 지원 이지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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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이지연(24)씨가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확성기를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는 “주위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나도 행복해진다”며 “취업하면 선배·동기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즐겁게 일하겠다”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성균관대 심리학과 졸업을 5개월 남짓 남겨 두고 있는 이지연(24)씨. 그는 스스로를 “2% 넘치는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실제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미식축구부 매니저를 하며 팀을 호령할 만큼 씩씩하고 활동적이다. ‘대학생 1호 퍼실리테이터’라는 독특한 이력도 있다. 퍼실리테이터는 일종의 ‘조력자’이자 ‘조언자’다. 회의ㆍ워크숍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도록 돕는다. 참여자들의 갈등을 조율하거나, 말이 없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발언하도록 독려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면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합의점을 도출하는 게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다. 이씨는 2010년 학교 수업시간에 퍼실리테이터라는 개념을 듣고 공부해 지난해 자격증을 땄다. 대학생으로는 이씨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퍼실리테이터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했던 이씨도 자신의 취업 앞에서는 도움이 절실했다. 그는 “인사 전문가가 되기를 꿈꿨지만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인크루트 서미영 상무와 신세계백화점 류제희 인사팀장이 이씨의 취업전략을 분석했다.

채승기 기자

서 상무는 “성균관대는 심리학 전공자들이 기업의 인재 선발·육성 쪽에 많이 진출해 있다”고 했다. 일단 전공만 놓고 볼 때, 인사 분야에서 환영받을 조건을 갖췄다는 얘기다. 서 상무는 이어 “여기에 퍼실리테이터 자격증까지 갖춘 이씨는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겹치는 경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3분간의 자기소개 때 이런 자신의 장점을 하나도 드러내지 못했다. 자기소개서에서도 관련 내용은 전무했다. 그저 “심리학을 공부했고 활발한 성격을 바탕으로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했다”고 하는 데 그쳤다. 서 상무는 “자신의 특장점을 극대화하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인성·적성평가를 만들 때 심리학 전공자로서 기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어필하라는 것이다.

이씨는 “면접에 임해 어떻게 답변할지 미리 생각해 두지만 막상 면접이 닥치면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말하는 게 어렵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대해서는 해결책이 있었다. “사회과학도서를 소리 내어 읽고 생각을 글로 풀어 쓰는 연습을 자꾸 하면 말하는 것도,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도 논리적으로 할 수 있다”(서 상무)는 것이다.

류 팀장은 이씨에 대해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인사담당자라 하더라도 회사가 영위하는 업종에 따라 역할과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구별해야 한다”고 했다. 전자회사인 삼성전자와 유통회사인 신세계의 인사담당자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신세계를 지원했다면 ‘왜 유통업에서의 인사 업무에 자신이 적임인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와 관련, 류 팀장은 “인턴이 제일 좋지만 시간과 기회가 부족하다면 백화점ㆍ편의점 같은 곳에서 단기간 아르바이트라도 꼭 해 보라”고 조언했다. 이유는 이랬다. "경험을 바탕으로 면접에서 거꾸로 인사담당자에게 제언을 하라. 예컨대 ‘3개월간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봤더니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실제 경험에 이런 차이가 있더라. 이러이러한 부분은 왜 회사에서 생각해 보지 않았는가’라고 하는 식이다. 당신이 인사담당자라면 그런 지원자를 뽑지 않겠는가.”

류 팀장은 이어 “인사담당자건 마케팅담당자건 유통업에서는 남을 위해 뭔가를 해 주는 것을 즐기는 인재를 제일 우선시한다”고 귀띔했다.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 100명보다는 테레사 수녀같이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람 100명을 더 원하는 게 유통업체의 특성이라는 것. 그러니 유통 쪽에 지원한다면 봉사와 관련된 자신의 성향을 강조하라는 얘기였다.

자기소개서에 실제 사례를 좀 더 넣으라는 조언도 있었다. 류 팀장은 “이씨는 자기소개서에 ‘퍼실리테이터 자격증이 있다’고만 썼는데, 실제로 자신이 참여한 회의를 예로 들고 퍼실리테이터로서 어떻게 갈등을 조정했는지 구체적으로 쓰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취업을 하는 데는 또 다른 걸림돌이 있다. 인사 분야는 마케팅ㆍ경영관리 같은 분야에 비해 인원을 적게 뽑는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서 상무는 “대기업 인사팀만 고집하지 말고 채용대행업체를 두드려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요즘은 인재 선발을 채용대행업체에 맡기는 회사가 많다. 그러니 채용대행업체에 가서도 대기업의 인사 시스템과 관련한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 상무는 “대기업 상반기 공채는 4월이면 거의 다 끝나지만 5월 이후부터는 중견기업, 그 이후에는 중소기업이 공채를 시작한다”며 “일단 대기업에 집중하되 대기업에 떨어졌다고 취업 재수를 하지 말고 중견ㆍ중소기업을 노려보라”고 덧붙였다.

이씨의 면접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씨는 인사담당자들과의 면접 자리에서 꾸준히 메모를 했다. 그러나 메모에만 신경 쓴 나머지 자신이 오른쪽으로 삐딱하게 앉아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허리도 구부정했다. 서 상무는 “메모하는 건 좋지만 수첩을 똑바로 놓고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한다”며 “잘못하면 면접관들에게 건방지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연씨는

학력 성균관대학교 심리학 국제통상학 졸업예정(2012년 8월) 학점 3.62(4.5 만점)
자격증 인증 퍼실리테이터
경력 영국 세계잼버리 자원봉사(2007년 7~8월), 스카우트 세계 유스포럼 자원봉사(2008년 8월), 국제 퍼실리테이터 콘퍼런스 자원봉사(2010년 8월), 성균관대 미식축구부 매니저(2007년 3월~2011년 12월). 퍼실리테이션 학회 부회장(2010년 4월~2012년 3월), 호주 브리즈번 어학연수(2009년 5월~2010년 2월)
토익 945점
토익스피킹 7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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