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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영종지구, 지금은 '버린 자식'?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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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2000년대 중반 활활 타오르던 부동산 시장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악재를 만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근근히 체력을 회복하던 2010년 또 다시 유럽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깊은 생채기를 냈다.

이후 세계 경제 전반에 걸친 잦은 빨간불은 국내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라치면 찬물을 끼얹고 있다.

벌써 4년째 침체 늪에 빠진 부동산 경기.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은 나자빠지고 살던 집을 팔지 못해 분양대금을 마련하지 못한 수분양자는 눈물 짓는다. 휘청이는 주택시장에 건설업체는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버블세븐으로 불리며 집값이 치솟던 서울‧수도권 인기지역도 날개없는 추락이라는 표현처럼 집값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에 타격 받지 않은 곳이 없다지만 오늘은 인천 영종지구를 살펴보려 한다. ‘정부에 사기 당한 것 같다’는 영종지구 입주민의 절규가 아니어도 유독 영종지구가 서자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다.

2003년 인천경제자유구역 지정 후 관심 높아

2003년 11월 송도‧청라지구와 함께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영종지구는 부동산 시장의 아이돌 같았다. 불모지 같았던 섬에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밀라노디자인시티, 영종브로드웨이 등 외국에서나 보던 온갖 시설을 만든다고 했다. 계획인구만 29만8800명이었다.

영종지구는 1단계 항공물류·관광·주거단지 개발, 2단계 주거·관광단지 추가 조성 및 영종~청라 연결도로(제3연륙교) 건설, 3단계 용유무의 문화관광레저복합도시 조성을 끝으로 2020년이면 개발이 완료돼야 한다.

집 안에서 서해가 한 눈에 보이는 조망권과 대규모 생태녹지, 기대감 높이는 테마시설…. 별장 같은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은 주택 수요자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으로 영종지구의 주거단지인 영종하늘도시 분양은 위태로워진다.

2009년 6개 건설업체는 7100여 가구를 동시분양하며 각양각색의 개발 계획을 앞세워 미래가치를 부각했고 벌떼분양 등 마케팅을 동원해 분양률은 평균 70%를 넘어섰다.

한 고비를 넘기나 싶었지만 다음해 인천시장이 바뀌면서 8월 정부가 영종ㆍ청라지구 경제자유구역 지정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진다. 결국 2011년 4월 영종지구(138.3㎢) 일부 지역(37㎢)을 경제자유구역에서 지정 해제했다. 날벼락인 셈이다.

경기는 좀처럼 살아날 줄 모르고 밀라노디자인시티, 영종브로드웨이 등 개발계획은 투자 유치에 실패해 사실상 개발이 취소되거나 기약 없이 연기된다.

2011년 4월 일부지역 경제자유구역 지정 해제

이 와중에 2009년 동시분양했던 7100여 가구 입주가 다가왔다. 올 7월부터 이들 아파트 입주가 줄줄이 시작된다.

섬이라는 특성상 영종지구는 지구 안에 조성되는 시설에 유입되는 인구가 주요 수요층이다. 외부에서 전세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그런데 당초 예상했던 발생 수요는 개발계획 지연으로 미비하다. 계약자가 직접 입주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투자용으로 분양 받은 계약자가 많은 것이다. 계약자 거주지를 살펴보면 인천 외에 서울이나 경기도 거주자 비율이 높단다. 사상 최악의 입주율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현재 영종하늘도시는 온갖 소송에 휘말려 있다. 단지별로 2~4가지 소송이 걸려있다. 분양 당시 광고했던 개발계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중심이다.

소송 주제는 다양하지만 요구사항은 같다. 계약해지다. 건설업체도 난감하다. 계획에 없던 개발을 지어내 광고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리 됐다. 무작정 계약해지를 해줄 수도 없고 계약자는 아우성이다. 진퇴양난인 셈이다.

그런데 소송으로 대립하고 있는 계약자와 건설업체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있다. 정부에 대한 야속함이다.

시름시름 앓고 있는 아이에게 경제자유구역 부분 해제라는 독한 처방을 하더니 다 죽어가는 아이에게 도무지 약을 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약은커녕 되레 남이 주는 약도 못 먹게 한다는 원망이다.

▲ 영종하늘도시 전경.

제3연륙교 건설·외국인 투자 유치 무관심

영종지구가 최악의 입주율을 면하기 위해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제3연륙교다. 영종지구와 청라지구를 잇는 이 다리가 뚫리면 영종지구에서 청라지구까지 자동차로 15분이면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싼 전셋값으로 육지의 전세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는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도통 다리를 놓을 생각이 없다. 인천시는 아픈 아이 살리기 위해 국토부에 건설 승인을 요청했다. 제3연륙교 건설 타당성 조사도 했다. 

인천시ㆍ한국토지주택공사(LH)ㆍ국토부 등이 공동발주해 타당성 용역을 줬고 지난해 7월 다리를 건설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여전히 국토부는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인천대교 때문이다. 송도지구로 연결되는 인천대교는 2009년 11월 개통했다.

민간투자사업인 인천대교 건립 당시 국토부는 통행수익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인천대교 개통 후 통행량이 예상 통행량의 80%에 못 미치면 나머지 수익을 맞춰주기로 한 것.

그런데 예상 통행량이 너무 많았다. 국토부는 3만5000대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현재 인천대교 하루 통행량은 2만7000여 대다. 제3연륙교가 뚫리면 이용수요가 분산돼 통행량은 더 줄어든다. 정부가 보전해줘야 하는 금액이 커지는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무관심이다. 당초 계획했던 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지만 제발로 찾아오는 외국 투자 수요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일본 투자자가 복합카지노리조트를 건립하겠다고 나섰지만 양해각서(MOU)를 체결한지 5개월이 되도록 실무협의체도 만들지 않았다.

투자자는 나섰는데 담당자가 없는 셈이다. 투자가 이뤄지려면 땅 주인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땅값 등을 협의 후 투자자와 협상에 나서야 하는데 말이다.

영종하늘도시에 아파트를 분양 받은 주택 수요자들은 입주가 다가올수록 매일 피가 마른다.

아무런 대안 없이 7100여 가구 입주물량이 쏟아진다면 향후 발생하는 문제는 영종지구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로 인한 파급은 다시 조금씩 살아나려는 부동산 시장에 비수가 될 수 있다.

온갖 개발 계획으로 달뜨게 만들고 이제 와서 모른체 한다면 주택 수요자도, 투자자도, 건설업체도 앞으로 어떻게 정부를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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