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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윤용로 마케팅’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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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외환은행 본점에 걸린 대형 현수막.

외환은행이 윤용로 행장 띄우기에 나섰다. 신문 광고, 본점의 대형 현수막 ,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까지 이 은행과 관련된 모든 곳에 윤 행장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등장한다.

목적은 ‘론스타 지우기’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9년간 외환은행의 주인 노릇을 하면서 망가진 이미지를 내국인 행장을 내세워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론스타가 임명한 래리 클레인 전 행장은 미국 콜로라도 출신이다. 토종 행장을 곳곳에 등장시켜 이제는 론스타 산하 은행이 아니란 점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애국심 마케팅’인 셈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에 2조1548억원을 투자한 뒤 배당과 하나금융지주로의 매각 대금 등을 합쳐 총 6조8183억원(세전)을 챙겼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출이나 사회공헌에는 인색했다. ‘먹튀’ 논란을 더 키웠던 이유다. 외환은행은 1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그간 고배당 논란을 빚은 매 분기 말 배당을 없앴고, 이 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과 함께 가칭 ‘KEB하나재단’을 만들어 대학생 학자금 대출 지원 등에 500억원씩 내놓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 정도론 부족하다는 게 외환은행의 생각이다. 소비자의 이성뿐 아니라 감성도 자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했다’는 걸 너무 내세우기도 부담스럽다. 새 주인을 그리 반기지 않았던 외환은행 직원에게 ‘점령군’ 이미지를 심어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여러 변수를 고려했을 때 윤 행장을 등장시키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건의했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윤 행장은 “사진 몇 장 찍었을 뿐인데 이렇게 많이 써먹을 줄은 몰랐다”면서도 싫지만은 않은 반응이다. 그는 “공직에 있을 때 모셨던 이규성(현 코람코자산신탁 회장)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광고 등을 보고 전화를 해왔다”며 “민망하긴 하지만 반응이 아주 나쁜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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