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SBS 창사 특집극 방영하는 노희경 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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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두려워요. 시청자에게 제 드라마가 시간낭비가 되지 않을지…. "

12일 방영하는 SBS 창사 10돌 특집극 '빗물처럼' (밤 9시50분) 을 쓴 노희경 (34) 작가는 신중했다.〈빗물처럼〉은 선창가 단란주점 여종업원과 자식을 잃은 대학강사의 사랑얘기. 거짓말〉〈바보 같은 사랑〉등을 통해 평소 시청률에 기대지 않고 특유의 진지함을 고집해온 그가 드라마 혹은 삶을 보는 시선이 궁금했다.

-드라마의 주제는?
"기본적으로 '상처와 인간' 이다."

- '상처' 라면.
"내가 받는, 혹은 남이 받는 '상처' 에 관심이 많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거기서 도망치려고 필사적으로 허덕인다. 주위를 돌아봐라. 온통 불쌍하고 안쓰러운 게 사람이다. "

-드라마는 그들에게 무엇인가.
"위안이다. 아니 아직은 나의 바람일 뿐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상처' 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피하지도 말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의 상처는 자신만이 치유할 수 있는 까닭이다. "

-정작 본인은 어떤가.
" (웃으며) 물론 나 자신도 힘겹다. 솔직히 도망가고 싶다. 하지만 작가는 모든 촉수를 곤두세우고 삶에서 파생되는 진동을 느껴야 한다. 해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관찰한다. "

-어떤 식으로.
"우리는 6남매다. 같이 자랐음에도 성격과 인생관이 모두 다르다. 그런데 차분히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관찰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첫발이다. 사실 인터뷰를 할 때부터 기자의 어투.성격 등도 쭉 주시했다. "

-서울예대에서 소설을 전공했는데 왜 드라마를 택했나.
"가장 겸손한 작업이다. 소설을 썼다면 정작 부모님부터 읽지 않을 것 같다. TV는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 돈 없는 사람들, 못 배운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시장통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이 내 드라마를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 "

-시청률 부담은 없나.
"물론 느낀다. 하지만 드라마는 다양해야 한다. 나 같은 사람이 한 명쯤 있어도 괜찮지 않느냐고 되묻고 싶다. "

-당신이 바라보는 '삶' 은 무엇인가.
"난 아직 어리다. 인생을 해석할 나이가 아니다. 지금도 삶을 아파할 뿐이지,치유할 능력은 없다. 세월이 더 흐르고 인생에 대한 관점이 생길 때가 올 것이다. 드라마에 치유 능력이 생기면, 그 때쯤 시청률도 올라가지 않을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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