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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평창 땅 산 게 죄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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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요즘 연예활동을 접고 있는 강호동씨가 얼마 전 다시 도마에 올랐다. 2018년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에 수년 전 20억원어치 땅을 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무슨 연유인지 그는 그 직후 알펜시아리조트 인근 문제의 땅을 아산병원을 운영하는 아산사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강씨는 2년 전부터 이 병원 소아병동을 찾아 아동 환자를 위해 봉사활동도 해오고 있다고 한다.

강씨 측은 지난해 말부터 서울아산병원과 연락하며 기부 방법과 액수를 논의해 왔다고 해명했지만 뒷맛은 그리 개운치 않다. 당초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언론을 통해 문제가 불거지자 방향을 바꾼 게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사실 확인 없이 강씨의 평창 땅 매입이 불법인 것처럼 몰아갔다. 그러나 이 사안은 매입 과정에 탈법이 있었는지부터 따지는 것이 순서다. 아무 문제가 없는 땅인데도 기부를 했는지 치부를 덮기 위해 선행을 했는지 가려야 한다는 말이다.

 이걸 제대로 구분하지 않으면 이곳에 땅을 산 모든 이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된다. 그들도 다 뭔가 부정한 방법으로 땅을 취득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강씨 외에도 롯데·GS 등 일부 대기업 집안 사람들도 임야를 매입했다. 삼성에서 CEO를 지낸 이도 있고 현 상장사 대표, 중견기업 회장, 전직 고위 공무원도 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기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는 누구나 제 돈을 제 맘대로 쓰도록 하고 있다. 서민들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만 가진 사람은 고급 스포츠카를 굴린다. 다 자기 판단하에 돈을 쓴다. 부자들은 비싼 별장도 소유하고 골프장 회원권도 몇 개다. 한 채에 20억~40억원이나 하는 알펜시아 콘도도 당연히 부유층을 겨냥해 지었다. 이런 콘도를 사든 주변 땅을 사든 자유다. 이런 일이 기사가 되려면 매입 과정에 탈세나 부정이 끼어든 경우다. 그런 사실은 적시하지 못한 채 누가 용평 땅을 소유하고 있다며 냄새만 풍기는 기사는 함량미달이다.

 이런 보도에 흔히 동원되는 단어가 투기다. 나는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모른다. 단 하나의 기준은 적법성 여부다. 이걸 벗어나지 않는 한 둘 간의 차이는 없다. 따라서 부정임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투기로 몰아가는 건 온당치 않다. 내부자거래와 같이 기밀 정보를 몰래 취득한 경우도 불법이다. 하지만 용평은 그런 경우도 아니라고 본다. 이곳은 2000년 겨울올림픽 유치전이 시작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개최지로 확정되면 땅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상식적이다. 공무원에게 돈을 주고 몰래 빼낸 비밀 정보와는 거리가 멀다.

 누구든 투자할 때는 돈이 될 곳을 찾는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똑같다. 나중에 이게 나에게 이익이 되느냐다. 20평대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대규모 임야를 사거나 마찬가지다. 손해 볼 것을 알면서 투자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게 사람의 본심이고 돈의 속성이다. 평창은 두 번이나 올림픽 유치에 실패했고 세 번 도전 끝에 성공했다. 세 번째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투자는 당연히 위험을 수반한다. 그들은 자기 돈을 걸고 그런 리스크를 감수했다. 3수 끝에 성공했지만 그 뒤 이 지역 땅값은 예상만큼 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들의 투자가 얼마나 이익을 남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이나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를 샀으면 수익률이 어떻게 됐을까. 어떤 결과든 그것은 그들 것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떼돈을 벌었다면 투기라고 비난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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