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형 솔루션, ‘스마트 세계’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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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가도 끝없는 시커먼 가상의 세계, 인터넷에서 미아가 된 적이 있는가. 최근 버클리대 연구진은 전 세계 홈페이지(첫 화면) 수가 25억장에 이르고, 하루 730만장씩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하부 페이지까지 합할 경우 5500억장이나 된다니 ‘인터넷 미아’가 될 만도 하다.

그렇다고 여전히 보수적인 북마크를 길라잡이 삼고, 기억 속의 몇몇 브랜드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으로 당신의 사이버 탐사를 끝내기는 아쉽다.

고생스럽지 않게 좀더 멀리 사이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온라인 구매를 하기전 점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쇼핑할 수 있는 방법은? 또 궁금증을 실시간으로 바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면? 이러한 요구를 한번에 싹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기술’이다.

인공지능기술 응용 분야 무궁무진

가령 “중학교 졸업하는 아들에게 컴퓨터를 사주고 싶다”라거나 “내가 찾는 정보는 이것이다”라고 요청하면 컴퓨터가 이 말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고 답변이나 재질문을 하면서 최적의 상품과 정보를 찾아준다. 사람이 질문을 던지면 컴퓨터가 이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유쾌한 경험을 방문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검색엔진, eCRM, GPS, KMS, e-메일 자동응답, 인텔리전트 쇼핑 가이드 등 인공지능을 응용한 솔루션은 무궁무진하다. 또 음성인식 기술과 접목할 경우 훨씬 다양한 기능을 만날 수 있다. “광화문에서 중앙일보까지의 가장 빠른 길은 어디지?”. 전문가들은 이처럼 GPS가 음성인식과 결합 되는 상상이 1년후면 현실로 펼쳐질 것이라고 말한다. 또 핸드폰, 텔레비전, 세탁기 등 우리 생활과 관련된 모든 장비로 확장 가능한 것 역시 시간문제다.

관련 기업에게는 초기 시장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지능형 솔루션이 본격적으로 열린 것은 올해부터라고 국내 업계는 보고 있다. 단지 2년 후에는 1천억 이상 일거라는 예측만 있을 뿐이다. 이에 비해 미국시장은 개발단계를 넘어 실전배치 단계로 우리보다 한발 앞서고 있다. 에버딘 그룹은 2002년 미국의 인공지능 솔루션 시장을 2조원 이상으로 예측했다.

eCRM과 검색엔진, 눈에 띄네

국내에서는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기업 다음소프트(대표 김경서 http://www.daumsoft.com)는 지난달 e-메일 자동응답 솔루션 ‘토크로’를 선보였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11월 중순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며, 다음의 방대한 회원문의나 클레임을 처리하는 임무를 맡았다.

토크로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nce)과 자연어 처리 기술을 갖춘 시스템이 e-메일이나 게시판을 통해 고객이 질문한 것을 자동으로 인식해 이미 구축되어 있는 데이터를 활용, 고객이 요구한 답변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기술이다.

기업으로서는 고객센터로 들어오는 각종 문의 및 클레임의 응대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 고객만족을 한차원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력운용에 있어서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메일 자동응답 솔루션 ‘토크로’의 인터페이스. 왼쪽이 사용자 화면이고 오른쪽이 운영자 화면이다.

검색엔진도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이 가능한 분야이다. 검색엔진 솔루션 기업 앤써러(대표 이남)는 지난 13일 인공지능형 검색엔진 ‘앤써러(http://www.answerer.co.kr/)’ 서비스를 선보였다.

기존 검색 사이트들이 사이트 중심의 검색결과를 보여주는데 비해 앤써러는 사용자가 묻는 질문에 맞는 답변을 직접 보여 준다. 즉, 사용자가 “세종대왕의 탄생일은?”이라고 질문을 입력하면 “조선 제 4대 임금인 세종대왕의 탄생일은 서기 1397년 5월 15일 (태조 6년 음력 4월 10일) 입니다.”라고 답과 동시에 사이트 검색결과를 보여준다.

다음소프트의 토크로 처럼 한정된 지식 DB를 구축하는 경우는 답변의 정확도가 80~90%까지 높아지지만, 앤써러처럼 웹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지식 DB 구축에는 다소의 시간이 걸린다. 현재 앤써러측은 개발된 엔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DB 팀을 대폭 충원해 개선 작업중이다.

이와 같이 컴퓨터가 실시간 대응할 수 있는 이유는 끊임없이 자체학습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우선 컴퓨터는 기존의 지식DB를 활용해 고객의 요구사항을 처리하고 이 결과는 다시 DB에 저장되면서 답변의 정확도와 학습수준을 높여간다. 이처럼 컴퓨터가 학습하는 기간을 러닝타임(Learning Time)이라고 하는데 보통 서비스 개시까지 1개월을 잡고 있다.

가상 웹도우미, 판매 도우미 등 ‘스마트 세계’ 연다
미국에서는 온라인 기업들의 대고객 서비스 강화차원에서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모니터는 인터넷 기업들이 열악한 고객서비스 때문에 작년 한해동안 6조 1억불의 손해를 보았다고 발표한바 있다. 이는 우주에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고객관리에 응용되는 서비스 가운데 사용자와의 대화를 모형화해 자연언어 처리과정이라는 인공지능 방식을 이용하는 ‘채터봇(Chatterbots)’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단순히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농담에는 웃고, 칭찬에는 미소도 지으며, 이해할 수 없는 질문에는 우스꽝스런 표정을 보이는 등 다양한 동작이나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인기의 한 비결이다. 특정한 말이 나올때는 어떤 동작이나 표현을 하도록 프로그램화 했기 때문이다. 이들 채터봇은 가상 웹가이드나 판매 도우미 등으로 활약을 하고 있다.

현재, 채터봇에는 아티피셜 라이프(http://www.artificial-life.com/)사의 Luci Mcbot을 비롯해 eGain(http://www.egain.com/)에서 개발한 Eve, 네이티브 마인드(http://nicole-sf1.nativeminds.com/default.html)사의 Nicole, 넷 티시모닷컴(http://www.net-tissimo.com/)의 턱시도 입은 느낌표 모양의 것 등이 있다.

Chatterbots는 인간적인 면이 돋보이는 솔루션이다. 위쪽에서부터 아트피셜 라이프사의 Luci Mcbot, 익스템포사의 Linda, 네이티브 마인드사의 Licole, eGain사의 eve.

검색엔진으로는 Ask Jeeves(http://www.ask.com/)가 대표적이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질의응답 사이트이다. 1996년에 설립된 Ask Jeeves사의 CTO 데이빗 와튼씨는 “대부분의 인터넷 검색엔진들이 단순하고 쉬운 언어 대신에 복잡한 질문들에 막혀 정보를 얻기 힘들게 만들어져 있다”며 “and or 검색이 아니라 질문에 의해 답을 얻는 것으로 정보를 찾는게 당연하다”고 개발이유를 밝히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처럼 e-메일 자동응답 시스템을 통해 고객서비스에 성과를 거두는 기업도 있다. 개인 여행에서부터 가족 휴양, 기업 연수지 등 400여개의 관광지 소개와 10만개의 숙박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여행서비스업체 Vacationspot.com(http://www.vacationspot.com/)은 e-메일 자동응답 시스템인 ‘Talisma’를 이용해 수많은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와 반복되는 질문을 자동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기술은 삭막한 가상세계를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보다 인간적이고 생동감 있는 반응을 보임으로써 평면적 인터페이스의 한계를 벗어나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컴퓨터를 쓰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사람을 위해 바뀌어야 하는 시대’. 지금 디지털 세계는 ''스마트 세계''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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