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Metro] 인터넷 생선가게 '네오피시'

중앙일보

입력

싱싱한 선도(鮮度)를 간직한 채 맛깔스럽게 다듬어진 생선을 인스턴트 식품처럼 손쉽게 구할 수 없을까-.

인터넷 생선가게 네오피시(http://www.neofish.co.kr)는 이러한 욕구를 해결해 주는 특이한 사이트다.

한번 주문에 머리.꼬리.내장을 제거하고 가시까지 발라낸 생선을 급냉, 진공포장해 집까지 배달해주니 바쁜 도시생활에 안성맞춤이다.

각기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인터넷 생선장수' 를 겸하고 있는 방현석(方鉉晳.28)사장과 최재완(崔在完.29).장석준(張錫埈.33).이상용(李相龍.36)씨의 변신은 도시인들의 취향을 파악하는 데서 출발했다.

'먹는 일' 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자신들의 처지 때문인지 뜻이 쉽게 통했다.

광고대행사인 네오프라임코리아 실장이기도 한 方사장이 인터넷에서 생선을 판매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지난 3월. 노르웨이산 수입 고등어만 먹을 정도로 입맛이 까다로웠던 아버지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좋은 생선이 인기를 끌텐데" 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

궁리 끝에 方사장은 포장만 뜯으면 즉석 요리가 가능한 고등어가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그동안 국내에서 재가공해 해외로 수출만 했지 정작 한국 사람들은 구경도 못했죠. 우리도 맛있는 고등어를 먹어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

方씨는 같은 광고대행사 사장으로 있는 崔씨에게 사업 아이디어를 얘기했고, 두사람은 의기투합해 고등어 가공 공장이 있는 전남 여수로 달려갔다.

그러나 10년간 고유의 염장 기술로 여러 나라에 고등어를 수출하고 있는 여수 공장 사장은 "젊은 청년들이 도대체 뭘 아느냐" 며 쳐다보지도 않았다.

지성이면 감천, 4개월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인터넷을 통한 판로 개척' 을 적극 강조했다.

드디어 두 젊은이의 끈기에 사장이 두 손을 들었다. 네오피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진작가 張씨도, 디자이너 李씨도 고등어 맛에 반해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 며 흔쾌히 합류했다.

이들은 이때부터 각자의 전공을 살려 생선포장지 개발,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 광고사진 촬영, 홍보와 기획에 들어갔다.

이들이 취급하는 생선은 고등어와 삼치.이면수 등 세 종류. 고객이 원하는 품목대로 포장해 주며 다섯개들이 한 세트 가격은 1만원이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배달해준다.

지난 7월 인터넷에 생선가게를 개설한 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요즘은 하루 주문량이 2백상자가 넘는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즉각 게시판에 올려진다.

울릉도에서 꽁꽁 언 상태의 고등어를 배달받고 감격한 섬 주민, 20개월된 아기와 잘먹고 있다는 산모, 더욱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는 방법을 올리는 주부의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자는 제의가 많지만 모두 거절하고 있습니다. 돈벌 욕심은 없어요. 맛있는 생선을 깨끗하게 먹어보자는 취지를 고수할 겁니다."

시간나는 짬짬이 직접 배달을 나가 소비자들과 얘기를 나눠본다는 이들은 요즘 12월에 출시할 예정으로 진공오징어를 개발하느라 여념이 없다. 생선장수의 '간편하고 맛있는 생선 만들기' 는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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