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나 가볍게 뛰기로 예방 … 등산은 역효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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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피할 수 없는 질환이 퇴행성 관절염이다. 보건복지부가 2010년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관절염 유병률은 여성 50%, 남성 20%다. 퇴행성 관절염은 연골이 닳아 뼈와 뼈가 부딪혀 통증이 나타나는 병이다.

증상이 심하면 인공관절을 이식하는 게 유일한 해결법이다. 조기 치료가 강조되는 이유다. 이춘택병원 이춘택 병원장에게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퇴행성 관절염은 어떤 질환인가.

“뼈와 뼈 사이에 완충 역할을 하는 연골이 손상되며 발생한다. 자동차 운행 거리가 증가할수록 타이어가 닳듯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연골이 점차 닳는다. 결국 뼈와 뼈가 맞닿아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 퇴행성 관절염은 주로 무릎 관절과 고관절(엉덩이뼈)에 나타난다.

축구·농구·스키처럼 격렬한 운동을 주기적으로 즐겨도 발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과체중인 사람은 관절에 많은 하중이 가해져 퇴행성 관절염이 빨리 온다. 여성 환자가 많은 이유는 호르몬 변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년 이후 폐경을 겪으면서 여성호르몬이 준다. 이 영향으로 뼈와 주변 조직이 약해지게 된다. 여성은 선천적으로 남성보다 근육량이 적어 관절을 꽉 붙잡지 못해 퇴행성 관절염에 취약하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초기에는 관절 부위에 열이 나면서 통증이 시작된다. 점차 관절이 뻣뻣해지면서 붓는다. 앉거나 서 있는 시간이 길면 관절통이 몰려온다. 증상이 악화되면 조금만 걸어도 시큰거린다. 통증은 계단을 오를 때 보다 내려갈 때 더 심하다. 연골이 많이 닳아 없어지면 관절이 변형돼 다리가 휜다. 곧았던 다리가 ‘O’자 형으로 변한다. 결국 보조기구 없이는 걷기 힘들어진다.”

-치료법은.
“손상된 연골은 스스로 재생되지 않는다.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초기에는 약물과 운동으로 다스린다. 중기에는 다른 건강한 관절에서 연골을 조금 떼 손상된 부위에 이식하는 자가연골이식술 등의 방법이 있다. 최근 환자의 줄기세포에서 연골 재생 세포를 뽑아 이식하는 치료법도 나왔다. 연골이 많이 손상돼 O자 형 다리가 됐거나 걷기 힘들 땐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인공관절 수술 후 환자가 어느 정도 만족하나.
“손상된 연골과 관절을 잘라낸 뒤 인체친화적인 특수금속으로 만든 관절로 대체하는 게 인공관절 수술이다. 수술 후 환자 만족도는 통증 유무와 관절기능 회복에 달렸다. 이 두 가지를 충족하려면 수술 뒤 골반, 무릎, 발목에 이르는 뼈가 삐딱하지 않게 일직선으로 정렬돼야 한다. 약 20년으로 알려진 인공관절의 수명은 뼈 정렬이 잘 됐을 때 얘기다. 오차범위를 벗어나 삐딱하게 이식되면 인공관절 수명이 줄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재수술이 필요하다.”

-로봇인공관절수술이 인기라던데.
“인공관절수술은 의사가 손으로 직접 관절을 깎는 방법과 로봇이 깎는 것 두 가지가 있다. 사람의 눈은 수평선이 몇 도 기울어도 잘 식별하지 못한다. 또 손으로 같은 글씨를 100번 써도 똑같이 쓸 수 없다. 오차가 발생한다. 반면 로봇인공관절수술은 100번을 수술해도 결과가 같다. 컴퓨터에 입력된 내용에 따라 수술하기 때문이다. 수술 계획에서 0.1㎜의 오차만 생겨도 뼈 절개를 멈추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다.”

-로봇수술이 꽤 장점이 많은 것으로 들린다.
“그렇다. 정확하게 필요한 부위만 수술하기 때문에 절개 부위가 작다. 10㎝ 이하다. 불필요하게 많은 뼈를 깎지도 않는다. 특히 정밀하게 수술하기 때문에 인공관절이 헐거워지는 현상이 적다. 인공관절이 이탈하고 탈구 되는 것을 막아 수술 후 합병증을 줄인다. 결국 인공관절 수명이 늘어난다. 노인이 돼 수술 받는 환자의 95%는 재수술 없이 평생 쓸 수 있다. 다만 복잡한 수술의 경우는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한다. 한번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는데 염증이나 손상 등으로 재수술 받는 환자는 수술방식이 복잡하다. 이 경우엔 로봇 대신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한다,”

-이식받은 인공관절을 오래 유지하려면.
“쪼그려 앉거나 양반다리 자세를 피해야 한다. 국내 퇴행성 관절염 환자 비율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은 이유 중 하나가 좌식생활이다. 침대, 소파, 의자생활로 바꿔야 한다. 특히 수술 부위가 감염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염증이 생기면 인공관절을 뽑아낼 상황도 생긴다. 우선 한의원에선 수술 부위에 침을 맞으면 안 된다. 치과 치료를 받을 땐 인공관절 수술 여부를 미리 알려 사전에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 수술 부위의 온찜질도 피한다. 화상으로 염증이 생길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하려면.
“좌식생활을 피하고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 부족은 다리뼈, 주변 인대와 근육을 흐물흐물하게 만든다. 다리에 깁스를 한 달 정도 한 환자의 다리뼈를 손으로 누르면 들어간다. 운동은 걷거나 가볍게 뛰는 게 좋다. 운동 강도는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질 때가지 한다. 관절의 운동 범위를 증가시키는 스트레칭이나 관절 주의의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함께 한다. 하지만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피해야 할 운동이 있다. 등산은 독이다. 내리막길에선 다리 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이 평지보다 7배나 된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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