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 늙는 것과 나이 드는 것, 그 차이는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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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중년수업
가와기타 요시노리 지음
장은주 옮김
위즈덤하우스
248쪽, 1만3800원

“인생의 하프라인을 넘기 전까지는 목표가 보이지만, 절반을 지나고 난 뒤부터는 목적이 보인다. 목표를 향한 걸음은 성급할지라도 목적을 향한 걸음은 느릴수록, 그리고 즐거울수록 좋다.”

 맞는 말 아닌가. 이 책은 올해 77세가 되는 일본의 생활경제평론가가 멋있게 나이 들기 7가지, 걱정 없애기 6가지, 자금을 갖기 10가지 등 ‘중년이 알아두어야 할 47가지’를 정리한 것이다. 이런 유의 일본책들이 그렇듯 평범하지만 진솔하고, 그래서 설득력 있다.

 노화에 대해 지나친 두려움을 느끼지 말란다. ‘늙는다는 것’과 ‘나이 드는 것’을 구분하라고도 한다. 사람을 다루는 법이나 관계를 보는 눈, 풍부하고 다채로운 경험, 세월이 가르쳐준 직감, 그리고 욕망을 컨트롤할 수 있는 지혜 등은 젊은이에게 없는, 나이가 들수록 빛나는 인생의 전리품이라고 한다.

 잘 나갈 때 떠날 준비를 하란다. 까놓고 이야기해서 회사의 직함이 사라지면 있는 그대로의 됨됨이만으로 평가받는, 그냥 ‘아저씨’ 가 되니 “현역에 있을 때 차곡차곡 준비해 두는 것”이 고독한 시간을 피하기 위한 포인트란다. 예를 들어 최소한 퇴직 5년 전부터 회사 직함을 사용하지 않고, 회사 돈으로 먹고 마시는 일도 줄여보라고 권한다.

 당연히 아내의 지청구를 듣지 않기 위한 조언도 있다. 아내 역시 정년을 맞은 것이기에, 그 노고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퇴직 후 원만한 가정생활을 위한 첫 걸음이라 강조한다. 그러니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 남편도 당연히 집안일을 하란다.

 아내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남편이 집안에 있어서가 아니라 ‘아무 것도 안 하고 빈둥거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말이다. 마음이 젊음과 호기심을 잃어버렸을 때 늙고 쇠약해지는 것이라며 “이 나이에 무슨…” 운운 하는 ‘나잇값’이나 ‘체면’의 굴레를 벗어 던지라는 조언도 이 땅의 수많은 ‘노땅’들이 새겨야 할 대목이지 싶다.

 노화도 죽음처럼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요절을 하지 않는 한 그렇다. “중년 이후를 지금껏 맛보지 못한 알짜배기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책이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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