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 격변의 시대 … 공자에서 답을 찾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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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가히 열풍이라 할 만하다. 요즘 출판시장에 불어 닥친 『논어』 바람을 두고 한 말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서부터 평범한 직장인, 그리고 중·고생을 겨냥한 『논어』

관련 책이 붐을 이루고 있다. 동양 고전의 대표격인 『논어』가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고전 읽기 흐름의 최전선에 서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논어』의 ‘변신’이 눈에 띈다. 단순한 고전강독을 넘어 개별 연령대에 맞춘 자기계발서라는 새 옷을 입었다. 이런 분위기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해 출간된 신정근의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21세기북스)이다. 출간 6개월 만에 10만부 가까이 팔린데다 교보문고의 자기개발 분야 베스트셀러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21세기북스 정성진 이사는 “동양고전에 눈을 돌리는 독자들이 입문서로 접근하는 책이 『논어』다. 가벼운 자기계발서에서 벗어나 콘텐트가 있는 책으로 옮겨가는 분위기에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경영에 접목하며 『논어』의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도 진행형이다. 『하루 한 장 논어 경영』(메디치미디어), 『공자, 경영을 논하다』(푸르메) 등은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공자 경영학에 눈을 돌리고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서구의 지적 흐름에 대한 회의와 미국 중심의 경영이론에 대한 불신이 확대된 까닭이다.

 『공자, 경영을 논하다』의 저자인 배병삼 영산대 교수는 “우리는 유교를 이익을 배척하고 도덕을 강조한 이상주의로 오해해왔지만유교는 시장의 이익추구를 적극 권장하는 동시에 공평성·공정성이 관철되는 사회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불안한 사회 분위기도 『논어』 붐과 무관치 않다. 공자가 살았던 중국 춘추전국시대는 끝없는 전란으로 어지러웠던 격변의 시대였다. 최근 『논어』(글항아리)를 번역해 펴낸 김원중 건양대 교수는 “공자는 실패한 비주류였다. 그가 주장했던 인(仁)과 예(禮) 등은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했다”며 “방황하는 청춘 등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자의 시각이나 사상이 역설적으로 와 닿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자라는 인물이 보여준 인간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이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준다”고 설명했다.

 중국발 공자 열풍도 『논어』에 대한 관심과 맞닿아 있다. 중국 공산당이 민족주의 강화를 위해 유학을 국가 지도이념으로 띄우면서 중국 내에서도 ‘공자 새롭게 읽기’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로 부상한 중국을 고전을 통해 분석하려는 수요도 『논어』 열풍에 가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교보문고 김성자 MD기획팀장은 “중국은 이제 우리에게 필수 조건이다. 그 뿌리에 관심이 커지면서 중국 고전 연구자들의 책이 많이 나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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