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플로리다리그 MVP' 케빈 멘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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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클래스 싱글 A 리그 중의 하나인 플로리다 리그는 넓은 구장과 파울 존 때문에 타자들에게 가장 불리한 리그로 손꼽힌다.

그래서 플로리다 리그에서 3할에 20홈런을 치는 타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며 만약 어떤 타자가 프로 데뷔 후 3년안에 이곳에서 이만한 기록을 냈다면 우리는 그의 재능을 주목해야 한다.

올시즌 플로리다 리그 MVP인 케빈 멘치는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마이너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타자라고 평가받을 만 하다.

98년 댈라웨어 대학시절 멘치가 33개의 홈런을 치면서 NCAA 제1 디비젼의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을 때만해도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대학 최고의 파워히터 중의 하나였고 미래의 드래프트 1순위가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99년 그는 너무 파워에 집착한 나머지 성급해졌고 기록들이 오히려 더 나빠졌다. 그래서 그는 드래프트에서도 4라운드가 되서야 텍사스의 지명을 받았다.

텍사스는 그가 제2의 피트 잉카비글리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에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잉카비글리아는 NCAA 역사상 한시즌 최다 홈런, 최고의 장타율을 기록했었고 드래프트 된 후 바로 메이저리그에 올라가 데뷔 첫해에 30개의 홈런을 쳤을 만큼 뛰어난 파워를 가진 타자였지만 선구안을 기르지 않고 지나치게 파워에만 집착하다가 결국 빛을 보지 못하고 짧은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그리고 이제 멘치는 팀이 바라던 대로 최고의 타자가 되어가고 있다.

올해 그가 거둔 기록은 리그 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를 통틀어서도 최고의 기록중의 하나이다. 리그 1위인 27개의 홈런을 치면서도 .334의 타율을 쳤고 39개의 2루타도 쳤다. 또 파워 히터이면서도 삼진보다도 더 많은 사사구를 얻어냈고 삼진수도 72개로 아주 적은 편이다.

그의 .615의 장타율은 마이너를 통틀어도 두번째로 높은 기록이며 1위인 알렉스 카브레라는 27살로 나이가 많고 그는 타자들에게 유리한 텍사스 리그와 퍼시픽 코스트 리그에서 뛰었다. 더군다나 그는 이런 기록을 플로리다 리그에서 해냈다.

올해 그가 뛰는 모습을 본 많은 플로리다 리그 코치들은 그를 지난 10년간 플로리다 리그가 배출한 최고의 타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타자로서 많은 면에서 멘치는 휴스턴의 강타자 제프 백웰을 연상시킨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탄탄한 체격을 가진 멘치는 타격 폼은 다르지만 백웰처럼 빠른 배트 스피드와 좋은 선구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높은 타율과 홈런보다도 훨씬 많은 2루타 수가 말해주듯이 밀어치는데도 능해 타구를 필드 전체로 보낼 수 있다.

또 루상에 주자가 있으면 멘치의 집중력은 더 높아져서 그는 올해 리그 1위인 127타점을 쳤고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타율도 3할이 훨씬 넘었다.

발은 빠르지 않지만 판단력이 뛰어나 주루플레이에 능해 올해 9개의 3루타와 19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어깨는 그리 강하지 않지만 좌익수를 보기에는 부족하지 않고 수비도 범위는 넓지 않지만 안정적이어서 올해 그는 외야수로서 단 한개의 에러만을 범했다.

무엇보다도 코치들이 극찬하는 점은 멘치의 프로정신이다. 많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빨리 빅리그에 올라가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경기 자체를 즐기지 못하고 지나치게 승부와 기록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비해 멘치는 선수로서 투수와의 대결을 경기 자체를 즐긴다. 그러나 경기에 대한 진지함을 잃지 않고 집중력도 아주 뛰어나다.

올시즌 텍사스의 외야진은 시즌이 시작할 때 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리그 최상급이었다.

정교함과 파워를 갖춘 베테랑 러스티 그리어, 일명 5 Tools 플레이어라 불리는 대단한 재능을 가진 루빈 마티오, 텍사스가 곤잘레스와 바꿀 만큼 뛰어난 게이브 케플러 이들 모두 3할 이상의 타율에 20홈런 이상의 파워를 가진 선수들이라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리어와 마티오는 부상으로 시즌을 제대로 뛰지 못했고 케플러만이 제몫을 해냈다.

조만간에 주전 좌익수인 그리어는 팀을 떠날 것이고 그 자리는 당분간 양키스에서 온 리키 리디가 치지할 것이다. 그러나 마이너에선 멘치가 그 자리를 노리고 있고 멘치가 그 자리를 차지할 날이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

케빈 멘치 (Kevin Mench)

- 텍사스 외야수
- 1978년생
- 183cm
- 97.5Kg
- 우투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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