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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농촌 여행 ② 경북 고령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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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남서쪽 끝자락에 자리 잡은 고령군은 고대 국가 대가야의 도읍지였다. 대가야는 1500여 년 전 전남·북 일원과 경남·북 일대를 520년간 지배한 나라다.

그러나 현존하는 기록이 거의 없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았다. 고령군은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대가야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가야금을 만든 우륵의 숨결도 느낄 수 있는 곳이 고령이다. ‘week& 신나는 농촌 여행’ 3월의 발걸음은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고장, 고령으로 향했다.

글=이석희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고령은 1500여 년 전 대가야의 도읍지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주산 능선에는 대가야시대의 왕과 귀족들의 무덤 200여 기가 솟아있어 눈길을 끈다.

# 개실마을 - 전통과 효를 배우다

개실마을을 찾은 어린이들이 칼국수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마을 앞으로는 실개천이 흐르고, 뒤쪽으로는 야트막한 화개산이 들어앉은 아담한 농촌마을. 개실마을은 여느 농촌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곳은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마을이다. 조선시대 영남 사림의 종조였던 성리학자 점필재 김종직(1431∼1492) 선생의 후손이 무오사화 때 이곳으로 피해 와 350년째 모여 살고 있는 집성촌이다.

 40여 가구쯤 되는 개실마을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김종직 선생 종택 뒤에 있는 대나무 숲이다. 선생의 곧은 절개를 기리기 위해 후손이 심었다고 하는데 300년 세월이 넘도록 꿋꿋함과 푸름을 뽐내고 있다. 노모를 봉양하기 위해 벼슬을 사직하기도 했던 김종직 선생의 지극한 효성 얘기는 지금도 이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 주고 있다.

 개실마을은 최근 들어 대표적인 농촌체험 마을로 거듭났다.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 주최 대한민국 농어촌 마을 대상과 농협 중앙회 주최 팜스테이 마을 대상을 받았다. 대나무 물총과 엿 만들기, 딸기 수확, 예절교육, 미꾸라지 잡기 등 사시사철 계절에 맞는 알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체험 인원만 5만 명이 넘는다.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고택이 있는 개실마을에서 어린이들이 문화해설사에게 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른 봄에는 대나무 물총과 딸기 수확, 엿 만들기 체험이 인기다. 대나무 물총 만들기는 특히 꼬마들이 좋아한다. 만들기도 쉽고 물총 장난을 할 수 있어서다. 한 토막 잘라 놓은 대나무 앞에 조그마한 구멍을 뚫고 피스톤 역할을 하는 막대에 헝겊 등을 감으면 뚝딱 물총이 완성된다.

 엿 만들기는 가족 프로그램이다. 예약을 하면 고두밥과 엿기름을 이용해 미리 엿을 고아 놓는다. 참가자들은 갱엿이라고 하는 덩어리 엿을 떼어내 양쪽에서 계속 잡아당긴다. 손은 찐득찐득해지지만 금세 시중에서 파는 것과 똑같은 엿이 만들어지고 그 자리에서 먹기 때문에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 이용방법 고령군청에서 서남쪽으로 자동차로 10여 분 떨어져 있다. 대나무 물총과 짚공예 3000원, 엿 만들기 6000원, 딸기 수확 체험 7000원. 인터넷(www.gaesil.net)이나 전화(054-956-4022)로 예약.

# 가얏고 마을 - “한 시간이면 아리랑 연주”

우륵박물관에 있는 가야금 공방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이수자인 김동환씨가 가야금 만들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고령군청에서 북쪽으로 약 5분 올라가면 가야금 소리가 은은히 감싸고 있는 마을이 나온다. 이름도 정겨운 가얏고 마을이다.

 이 마을이 가얏고 마을로 불리게 된 데는 그만한 연유가 있다. 악성 우륵이 대가야국 가실왕의 명을 받아 이 마을에서 가야금을 만들어 연주했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부터 대대로 이어온 이름은 ‘정정(淨淨)골’이었다. ‘즐거우면서도 무절제하지 않고, 슬프면서도 비통하지 않은 가야금 소리’(『삼국사기』)가 정정하게 울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양 악기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우리 전통 악기는 왠지 낯설다. 배우기도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가얏고 마을 손욱수 사무장은 “한 시간 남짓 배우면 어설프게나마 아리랑을 연주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직접 연주해 봤더니 정말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쉬웠다. 여기엔 비밀이 숨어 있었다.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 앞에 계이름을 붙여 놓았다.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처럼 말이다.

 가얏고 마을 옆에는 우륵박물관이 있다. 가야금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모아 놓았는데, 가야금 공방이 눈에 띄었다. 일반인도 신청하면 말린 오동나무를 다듬고 칠해 가야금을 만들 수 있다.

● 이용방법 가얏고 마을(www.gayatgo.net) 가야금 체험은 1인 5000원이다. 054-956-1799. 우륵박물관(어른 2000원)은 월요일 휴관. 다음달 말에 시작하는 가야금 만들기는 한 달 과정으로 모두 다섯 차례 강습과 만들기를 병행한다. 한 가족 25만원이지만 워낙 인기가 있어 일찍 마감된다. 054-955-4228.

# 지산동 고분군 - 능선따라 줄줄이 왕릉

고령으로 들어서면 단박에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읍내를 감싸고 있는 주산 능선을 따라 여인네 젖가슴처럼 봉긋이 솟아 있는 무덤이다. 대가야 왕과 귀족의 무덤으로 총 700여 기가 있는데, 모양을 갖춘 것은 200여 기가 내려온다. 대가야박물관 최상희씨는 “경주나 다른 지역의 왕릉은 들판에 있는 반면 가야 왕릉은 이렇게 능선을 따라 조성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대가야 수도였던 고령에는 대가야 유적을 이용한 볼거리와 체험시설이 가득하다. 특히 대가야박물관에서 대가야의 역사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박물관 안에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귀중한 자료가 수두룩하고, 박물관 바깥에는 토기·투구 만들기 등 어린이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갖춘 체험방이 따로 마련돼 있다. 박물관 앞에는 대가야 역사테마공원이 조성돼 있다. 3D영상 등을 통해 대가야 사람의 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토기·철기방에서는 고령 도자기 빚기 체험과 천연 염색 체험이 가능하다.

● 이용방법 대가야박물관(어른 2000원)은 월요일 휴관한다. 재료비(점토 1000원 등)만 내면 다양한 체험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054-950-6071~3. 대가야 역사테마공원 체험프로그램은 1인 5000원으로 인터넷(www.daegayapark.net) 예약만 가능하다. 공원 입장료 2000원. 대가야박물관 일대에서 다음달 19∼22일 ‘2012 대가야체험축제’가 열린다. 054-950-6424.

여행정보

●승용차로 가는 길 서울에서 출발하면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88고속도로를 이용해 동고령IC나 고령IC로 나가면 된다. 고령IC에서 읍내까지는 10분 거리. 서울시청에서 출발하면 넉넉잡고 4시간이면 도착한다.

●볼거리 보물 제 605호로 지정된 양전동의 선사시대 암각화가 유명하다. 태양을 상징하는 동심원, 소의 머리와 가면 등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그림 20여 개가 새겨져 있다. 또 고아동 벽화고분, 왕릉 전시관 등 대가야 시대와 관련된 유적지도 많다. 고령군 문화체육과 054-950-6060.

●먹거리 고령군 안에 도축장이 있어 경북 서남부 지역에 한우를 공급한다. 고령금산한우(054-954-4484), 풍미식육식당(054-954-3472). 향토 음식으로는 대원식당의 도토리 수제비를 추천한다. 7000원. 054-955-1500.

●숙박 한옥을 이용한 펜션이 많다. 개실마을(054-956-4022)에 20여 채의 한옥 민박집이 있고, 대가야왕가마을(www.daegayapark.net)에는 통나무로 지은 펜션 10여 채가 있다. 4인 가족용 객실이 비수기 평일 기준 4만 원이다.

[우리동네 특산물] 딸기

딸기 수확 체험에 나선 어린이들.

고령군이 자랑스레 내세우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 비닐하우스 딸기의 원조라는 것이다. 전해 내려오는 기록이 없어 공인되지는 않았지만, 1970년대 초반 고령군 쌍림면에서 하우스 딸기를 처음으로 재배했다고 하니 고령의 비닐하우스 딸기 농사는 벌써 40년을 헤아린다. 고령은 원래부터 비옥한 땅이다. 더욱이 딸기에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을 고집한다. 고령 딸기가 당도가 높고 비타민C가 풍부한 것도 이 덕분이다.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 딸기로만 한해 수익 1억원을 올리는 농가가 수백 가구나 된다는 게 고령군청의 설명이다. 88고속도로로 이어지는 국도 곳곳에 가판대가 있는데 씨알 굵은 딸기 한 바구니(약 2㎏)에 1만~1만5000원 한다. 쌍림딸기 영농조합법인(054-956-0098). 이곳에선 직접 딸기를 따먹고 가져갈 수도 있다. 개실마을 등 체험마을과 ‘대가야체험축제’ 때 신청하면 된다.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실컷 따먹고 500g 정도 하는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올 수도 있다. 6000~7000원.

고령에 가면, 가얏고 울음같은 왕릉이 기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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