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MB 온다고 교육박람회 홍보 늦추는 교과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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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성시윤
사회부문 기자

“청와대에서 보도자료 배포를 늦추자고 요청해서요. 그 이상은 설명드리기가….”

 15일 오후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들은 기자의 질문에 난감해했다. “정부 주최 박람회의 보도자료를 개막일에 배포하면 국민이 어떻게 알고 행사장을 찾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었다.

 이 행사는 16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교육기부 박람회’다. 교과부와 KBS가 주최하고 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다. 130여 기업·단체·공공기관·대학이 교육기부 제공자로 나선다. 항공사가 승무원·파일럿 체험 교실을 열고 자동차 제조사가 교통안전교육을 한다니 공교육의 빈틈을 채워줄 수 있는 좋은 행사다. 성공 여부는 교육기부 수혜자인 청소년이 얼마나 많이 박람회를 찾느냐에 달려 있다.

 박람회 일정은 석 달 전인 지난해 말 잡혔다. 그런데 세부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보도자료는 15일까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주최 측인 교과부가 알리기에 손을 놓은 것이다. 교과부는 9일 “보도자료를 15일 오전에 뿌리겠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그러더니 15일 오전에는 기자들에게 자료 대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개막식(오전 10시) 이후로 자료 배포를 연기한다’는 내용이었다. 민간 주최의 박람회라면 상상조차 힘든 일이다.

 “개막일 전날까지 보도자료를 내지 않으면 국민에게 행사를 어떻게 알리느냐”고 물었다. 관계자는 “여러 매체에 유료 광고를 냈다”고 답했다. 세금 들여 광고하는 내용을 왜 자료로는 낼 수 없는 걸까. 그는 그제야 진실을 알려줬다.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하는 만큼 청와대에서 보도자료 배포 시점을 결정하기로 조율이 됐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언론 홍보를 늦추라고 요구한 것은 ‘대통령의 방문’에 관해서일 것이다. 대통령 일정은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중대 사안이고 또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정작 교과부는 박람회 자체의 홍보를 포기한 것이다. 청와대 말 한마디에 지레 오버 행정을 한 셈이다. 박람회 개막식은 KBS를 통해 생방송된다고 한다. 전국 시청자들은 교육기부의 의미를 강조하는 대통령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일보는 교육기부에 적극 공감해 지난해부터 기업들의 공헌 활동을 적극 알리고 있다. 독자들의 자발적인 기부문화 동참을 위해서다. 교과부와 청와대에 묻고 싶다. 교육기부박람회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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