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포르노그래픽 어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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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방식은 둘만의 고유 코드다. 쉽게 만나서 어렵게 헤어지는 짝이 있는가 하면 어렵게 만나 쉽게 갈라서는 연인도 있다. 만나는 방식을 정하는 것도 그들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파격적인 두 남녀의 만남이 사랑이란 예기치 않은 길로 들어서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 사랑은 꿈틀거리는 유기체란 걸 다시 확인한다. 두 남녀가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들은 담담하게 상대방을 만난 사연을 각자의 입장에서 말한다.

"포르노 행위를 하고 싶었어요. 누구나 상상하는 일이죠." 성적 팬터지를 경험하고픈 중년의 그녀(나탈리 베이)는 포르노 잡지에 짝을 구하는 광고를 냈다.

"섹스를 위한 만남, 그것 흥미롭잖아요." 광고를 보고 카페로 나온 그(세르지 로페즈)도 그녀의 제안에 따라 잠시 어색함을 뒤로하고 호텔로 향한다.

영화의 초반부. 형식에선 변혁 감독의 '인터뷰'나 상대의 속내를 까발리는 것은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을 연상시키지만 중반을 지나면서 이야기는 사랑에 관한 남녀의 개인사를 파고 든다.

오로지 섹스를 위해 만났던 그들은 바라던 행위를 반복, 반복하고 화면의 색조가 주홍에서 차거운 청색으로 흐를 무렵, 서로 이름과 나이도 모른채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이 그 사랑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프랑스 신예 프레데릭 폰테인 감독은 섹스를 목적으로 만난 익명의 남녀의 심리적 흐름을 섬뜩할 만큼 섬세하게 그려낸다. "진실이 마음에 가까이 왔을 때 이미 그건 진실이 아니다" 고 말한 프랑스 로베르 브레송 감독으로부터 작가적 영감을 받았다는 폰테인 역시 관객들을 향해 "사랑이 가까이 왔을 때 그들에겐 이미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이 됐다" 고 일러주며 사랑과 성적 팬터지에 관한 갖가지 질문을 던진다.

실제 영화의 제목은 '포르노…'를 표방하고 있지만 무늬만 포르노지 정론에 근접하는 '사랑에 관한 단상' 이다. 성적 팬터지와 사랑의 길목에서 세밀하게 떨리는 눈빛의 연기를 잘 소화해낸 나탈리 베이는 1999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유약함과 용기를 함께 보여준 세르지 로페즈 역시 호연했다.

이 영화는 그해 같은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던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과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샷'과 함께 성적 주제로 화제가 됐는데 당시 평론가들 사이에는 파격적인 영상의 '거짓말'과 제목을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말이 돌기도 했다. 다음달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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