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집에서 제대로 보관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 한번 두 번 레스토랑에서 맛 보았던 와인, 이제 집에서도 즐기고 싶으실 겁니다. 처음에는 손쉽게 한잔 할 수 있는 가벼운 와인 한두병에서 시작하다보면 특별한 때를 기념하여 보관하고 싶은 중상급 이상의 와인을 살 때도 있을텐데요. 자 집에서 보관하는 와인,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걸까요?

가장 크게 생각하셔야 되는 점은 우리가 맛보는 와인의 대부분이 아주 심각한 여독에 시달린다는 것입니다. 샤또(포도원)나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은 이탈리아에서 프랑스에서 혹은 칠레에서 미국에서 한국까지 주로 배편을 이용한 기나긴 운송기간을 거칩니다.

유럽에서 들어오는 경우라고 가정해본다면 여기까지 무려 2회나 적도를 통과해야 하는데요, 적도를 통과하면서 엄청난 온도변화를 겪으면서 와인 상태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도 하죠. 특수한 콘테이너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아주 고급와인의 경우에 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숙성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있고 아주 섬세한 맛의 와인 (대부분 화이트 와인이 그렇지요)이라면, 수입된지 한달 정도는 시원하고 쾌적한 곳에서 마음껏 휴식시간을 주어야 하지요.

자 그렇게 가게에 진열된 와인을 사가지고 오셨다구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우아한 지하실의 와인창고가 있는 분이라면 모르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죠. 일상적으로 2, 3만원 정도의 와인은 구입후 바로 드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별 걱정이 없겠지만요. 중급이상의 와인, 즉 3만원 이상의 와인의 제대로 된 맛을 느끼시려면 앞에 말씀드린 대로 와인을 좀 안정시킬 필요가 있죠.

우선 습도와 온도를 잘 맞추어야 합니다.

보통 14도~15도의 온도와 70퍼센트의 습도롤 최적이라고 보는데요, 우리나라처럼 무더운 한여름의 날씨에는 참 마땅히 와인을 보관할 곳을 찾기 어렵죠. 7·8월 두달 동안만은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와인을 눕혀서 보관하라는 것은 코르크가 마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데요, 즉 와인이 찰랑찰랑 코르크와 접촉을 유지하게 하려는 것이죠. 그런 까닭에 굳이 와인과 접하지 않아도 코르크가 마르지 않을 정도의 습도가 된다면 굳이 눕혀 보관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지만 그런 조건은 제대로 된 지하실의 와인창고 외에는 없다고 하니, 꼭 눕혀서 보관하세요.

아, 그리고 정말 중요한 정보 한가지!

소믈리에들이 와인을 집에서 보관할 때 가장 애용하는 장소가 어디인지 아세요? 그건 바로 장롱 이불 속이라고 하는군요. 빛을 차단하고, 온도의 변화가 적고, 코르크가 건조되지 않을 정도의 습기가 있는 곳,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유일한 공간이라는군요.

또 신발장을 추천하는 소믈리에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는 신발장 내부에 악취가 없다라는 전제조건이 있을때만 가능한겁니다. 와인은 코르크를 통해서 숨을 쉬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주변의 강한 향들을 빨아들이거든요.

오랫동안 공들여 묵힌 와인에서 쾌쾌한 신발장 냄새나, 마늘·양파 등의 냄새를 맡고 싶지 않거든 꼭 주의하세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