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사랑한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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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발표된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은 온 나라를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다.

물론 여러 가지 해결되지 못한 정치, 경제적 문제는 그 기쁨을 온전한 것으로 만들어주진 못했지만, 어쨌든 이번 노벨평화상이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책임감으로, 국가적으로는 희망의 씨앗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주는 그런 희망을 구체화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성자의 삶을 살다 간 슈바이처 박사와 데레사 수녀, 그리고 노벨평화상의 창시자 노벨의 이야기가 있다. 평화를 위해 헌신한 위대한 성인들, 그 감동의 삶을 만나보시길.

티벳에서의 7년 Seven Years In Tibet ★★★☆

감독 : 장 자크 아노 / 주연 : 브래드 피트, 데이빗 튤리스 / 출시 : 1998년 6월 3일

마치 평화의 핵처럼 느껴지는 티벳, 그곳에 대한 신비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서구적인 합리주의와 동양적인 신비감이 만나 묘한 감동을 빚어낸다. 브래드 피트의 스타적 아우라가 별 도움이 안 된 게 이 영화의 흠. 중국 정부의 압력으로 현지 로케가 불가능해 아르헨티나에 직접 티벳 도시 세트를 지어 촬영했다.

하인리히 하러는 세계 최초로 아이거북벽 등정에 성공한 전설적인 인물. 그는 히말라야의 최고봉 낭가 파르바트를 정복하기 위해 만삭의 아내와 어린 아들을 두고 여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하고, 그 와중에 영국군 포로로 잡히게 된다.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 끝에 다시 히말라야에 오른 그는 금단의 도시 티벳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13세의 달라이 라마를 만나게 된다.

비욘드 랭군 Beyond Rangoon ★★★☆

감독 : 존 부어맨 / 주연 : 패트리샤 아퀘트, 아웅코 / 출시 : 1996년 11월 4일

여행 중 미얀마의 수도 랭군에 머물게 된 여의사 로라의 눈을 통해 자유와 평화를 갈구하는 민중의 모습을 담아낸다. 관찰자적 시선으로 그려진 처절한 절규는 더욱 강한 호소력을 갖는다.〈킬링 필드〉의 슬픔과〈시티 오브 조이〉의 희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 미얀마 민주화 투쟁을 이끈 여성 지도자이자 199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던 아웅산 수지 여사도 등장한다.

강도사건에 의해 남편과 아들을 잃은 여의사 로라는 언니와 함께 여행을 하던 중 관광차 들른 미얀마에서 우연찮게 시위에 휘말리고, 여권을 잃어버린다. 여권을 재발급 받기 위해 언니와 헤어진 로라는 관광안내원이자 전직 교수였던 아웅코를 만나게 된다. 곧 친구가 된 두 사람은 미얀마 관광에 나서는데, 쿠데타로 인해 곳곳에서 검문이 시작되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마더 데레사의 사랑 Mother Teresa ★★★★★

감독 : 앤 페트리, 지아넷 페트리 / 내레이터 : 리차드 아텐보로

위대한 성녀 마더 데레사의 봉사와 희생 정신을 담아내 호평을 받았던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그리스도에게 봉사하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큰사랑을 직접 실천해온 한 아름다운 영혼의 이야기. 이는 나의 삶을 돌아보는 데 위대한 지침이 될 것이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날씨, 나병환자 30만명을 포함한 40여만명의 사람들이 쓰러져 있는 도시, 캘커타가 보인다. 지구 인구의 반이 가난한 사람들이고 7억 이상이 기아 상태에 놓여 있다. 마더 데레사는 이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실천하는 데 평생을 바친다. 인간은 모두 귀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그들과 더불어 세상에 살았다는 기록을 남긴다.

아프리카의 성자 Schweitzer ★★★★

감독 : 그레이 호프마이어 / 주연 : 말콤 맥도웰 / 출시 : 1992년 5월

모든 명예를 버리고 아프리카 오지에서 오직 생명을 위해 헌신한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의 삶을 그린 영화다. 묵묵히 성자의 길을 걸어간 그에게 노벨평화상은 당연한 결과였다. 영화적인 감동이 큰 역할을 하긴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성자의 헌신 앞에서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없다.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는 명예로운 학자와 음악가의 삶을 버리고, 서아프리카 가봉의 열대 우림에 위치한 람바리니 미션 센타에서 생명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며 살아간다. 아프리카 현지인들과 함께 나병, 열대별, 임질, 맹수들에 의한 상처를 치료하는 유일무이한 병원을 운영하는 것. 어느 날 원주민 요셉의 아내 마리아가 쌍둥이를 출산한다. 그런데 쌍둥이는 불길한 징조라며 이에 동요하기 시작한 원주민들은 쌍둥이 중 한 아이를 죽이려고 한다.

알프레드 노벨 Alfred ★★★

감독 : 빌고트 쇼먼 / 주연 : 스벤 볼터, 리타 루섹 / 출시 : 1997년 10월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인류에게 전쟁의 공포를 안겨주었던 노벨이 노벨평화상을 유언으로 남기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전기 영화다. 노벨 사후 1백주년(1996년 12월 10일)을 기념하여 제작됐다. 북유럽 영화 미학이 녹아있는 이 작품을 통해 노벨평화상의 아이러니컬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실패를 거듭하는 노벨의 사랑이야기도 드라마틱한 재미를 부여한다.

발명가이자 기술자인 알프레드 노벨은 전쟁을 잠재우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낸다. 형제들과 함께 다이너마이트 회사를 차리고 더욱 강도 높은 폭발물 개발에 몰두한다. 한편, 거듭되는 사랑의 실패에 노벨은 중년에 이르기까지 폭발물 개발에만 매진한다. 그런 어느 날 첫사랑 연인이었던 버사 본 셔틀러를 다시 만나게 된다. 평화주의자가 된 버사는 노벨에게 폭발물 개발을 멈출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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