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最古 양조장 수이징팡, 마오쩌둥의 마오타이, 5가지 곡식 우량예

중앙일보

입력

“저렴한 바이주(白酒)들의 품질이 이미 좋아졌다. 1000위안(약 17만8000원) 이상의 고가 술을 마시는 이유는 주로 체면 때문이다.” 술값 폭등에 불만이 쏟아지자 한 유명 바이주 회사 측이 해명에 나섰다. 이에 앞서 중국의 지방·직능·군 대표들이 모이는 양회(兩會:전인대·정협)에선 바이주의 가격 폭등이 도마에 올랐다. 공직자들의 공금 남용, 바이주 기업들의 무분별한 탐욕, 물가 당국의 무기력을 질타하면서다.

하지만 중국 고가 명주의 가격 상승엔 한국인들도 일조하고 있다. 무턱대고 비싼 술만 찾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최고 명주로 치는 마오타이·우량예보다 한국인들은 값이 더 비싼 수이징팡(水井坊)을 선호한다.수이징팡은 쓰촨(四川)성 성도인 청두(成都)시를 흐르는 진장(錦江)의 물로 만든다. 청두시는 예로부터 오곡이 풍성해 양조산업이 발달됐다. 청(淸) 건륭제 연간에 시작된 취안싱다취주(全興大麴酒)는 청두의 대표적인 술이었다. 1998년 8월 이 회사는 강변 수이징제(水井街)에 있던 양조장을 개축하다 고대 양조장인 주방(酒坊) 유적을 발굴한다. 국가문물국은 이곳이 원(元)·명(明)·청 3대에 걸친 옛 양조장 터였다고 인정했다. 당시까지 공인된 최고(最古)의 양조장은 1573년(명나라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쓰촨성 루저우(瀘州)의 술 발효창고였다. 600여 종의 미생물이 술맛을 깊게 한다는 ‘궈자오1573’은 루저우의 명주다.

취안싱다취주를 만들던 청두의 주류업체는 역전의 계기를 찾았다. 2000년 수이징팡이란 술을 당시 최고가인 병당 600위안에 출시했다. 철저한 고가전략이었다. “가장 오래된 발효지에서 만든 가장 아름다운 술”이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중국의 국주(國酒)라는 마오타이주는 구이저우(貴州)성 런화이(仁懷)현의 마오타이진을 흐르는 츠수이허(赤水河) 물로 빚는다. 이곳 강물은 붉은색 토질의 영향을 받아 광물질이 풍부해 술맛을 깊게 한다. 1935년 홍군은 대장정 도중 인근의 쭌이(遵義)에서 격렬한 노선 투쟁을 벌였다. 당시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은 소련파를 물리치고 당권을 장악했다. 마오쩌둥과 동료들은 승리를 축하하며 마오타이를 거나하게 마셨다. 당시의 술맛을 잊지 못한 혁명 원로들이 1949년 개국 연회에서 이 술을 사용한 뒤 일약 명주 반열에 올랐다.

우량예는 쓰촨성 창장(長江)과 지류인 민장(岷江)이 만나는 곳의 물로 만든다. 송대에는 다섯 가지 곡식이 들어간다 하여 잡량주(雜糧酒)로 불렸는데, 20세기 초 우량예로 변신했다. 현대 중국의 수학자 화뤄겅(華羅庚)은 “호탕하게 마시는 이태백도, 멋스럽게 마시는 도연명도 너무 일찍 태어났음을 한탄하리라(飮李太白 雅酌陶淵明 深恨生太早)”며 우량예의 술맛을 찬양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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